23일 새벽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다. 1천73일, 근 3년 만이다. 녹슬고 긁힌 외관은 유가족의 심정을 닮았다. 국민도 함께 아팠다. 참사 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논의가 들끓었다. 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산업현장에서는 위험업무를 하는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한민국호 선장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도 안전한 나라를 요구했다.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시민 말대로 이뤄졌다. 세월호 참사 3년, 우리나라는 얼마나 바뀌었나.


대한민국은 3년 전 그대로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세월호 참사 이후 바뀐 것이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것, 그거 하나 바뀌었다. 세월호 가족의 구호가 바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됐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이 바뀌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대로다. 해양경찰청을 해체시켰지만 인력과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수사·정보권만 축소됐다. 그렇다면 더 안전한 나라가 됐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더 이상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이 수영을 못해 죽은 게 아니다. 더 이상 세월호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이를 위한 법령 제정이나 제도 마련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세월호 이후 변화돼야 할 부분 중 하나가 국가와 기업의 안전 불감증이다. 많은 기업이 안전장치 마련보다 보상금을 주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기업의 잘못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끼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해액을 훨씬 뛰어넘는 고액의 배상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보상 문제를 넘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안전사회 바라는 국민 열망 법·제도에 반영 안 돼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전의 중요성에 관한 국민적 각성을 이끌어 냈다. 국민은 두 사건을 계기로 “이대로는 안 된다” “전혀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이런 열망이 표출되는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정부 역시 안전 사회를 원하는 국민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안전 문제에 관한 국민적 각성이 있었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유럽도 광우병 파동과 전자파 파동을 거치면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크게 일었고 법·제도도 많이 달라졌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민적 각성, 이에 따른 열망과 요구가 실제 법·제도에 반영되지는 못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국민 요구를 최소한의 수준 또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받아들였다. 새로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내실 있는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정부에 대한 절대적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런 불신들은 최근에도 표출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안전 사회를 향한 국민의 열망이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 전환점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아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를 국민이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 여전히 안전보다 효율, 생명보다 이윤 우선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

▲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현 시점에서 세월호 인양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세월호는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가라앉아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업무 종사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일부 직종에 국한됐다.

1천명이 탑승하는 KTX 열차 승무원은 아직도 안전업무 종사자가 아니다. 열차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KTX 승무원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열차 안전의 핵심인 KTX 정비 업무와 선로 유지·보수 업무 등 철도 전 분야에 걸쳐 비용절감과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한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생때같은 수백 명의 아이들을 수장시키고도 정부는 여전히 안전보다 효율,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해 74일간 파업을 했다. 공공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돈벌이 경쟁에 나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이윤과 효율이 아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은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기 위한 ‘적폐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한 명 물러나게 만드는 것으로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는다. 철도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돼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 세월호 인양과 함께 다시금 새로운 정권에서 ‘안전’이라는 화두를 공론화하고, 공공기관의 개혁과 더불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폐 정책’의 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외주화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 박대성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뒤 세월호가 인양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당시 승선했던 선원들의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비정규직 문제는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됐다. 안전업무·필수업무를 외주화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게 회사경영에 유리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보다 고용이 안정된 직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의 책임성과 긍지를 갖고 근무한다.

희망연대노조가 장기농성 끝에 원청을 만나면 원청 관리자들이 노조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러면 그제서야 노조 얘기가 맞는 점이 있다고 공감한다. 필수적인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무조건 외주화하는 게 맞는지 되돌아보자.

원청은 고용관계를 피하는 대가로 협력업체 바지사장에게 중간착취를 허용하는 게 맞는지,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노동자의 책임성을 높여 이윤을 더 내는 게 맞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대선을 앞둔 지금 비정규직 문제, 간접고용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안타깝다. 이번 대선에서 비정규직·간접고용에 대한 얘기가 심도 있게 논의되길 바란다.


작은 세월호들은 계속되고 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세월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무얼까. 안전과 관련해 무엇이든-아무거나-하겠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정부가 날림으로 만든 국민안전처가 이미 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국민에게 신고정신을 강조하면서 안전을 개인책임으로 돌리고, 동시에 안전으로 돈벌이가 될 만한 산업창출에 열중하면서 국민을 위한 것인 양 선전한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준 과제는 개인이 조심해도 기업의 탐욕, 국가의 자의적 권력남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명을 빼앗기는 대상은 학생, 비정규 노동자, 이주민같이 권한을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세월호 이후 안전에 대한 새로운 운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가 세월호 참사의 과제를 왜곡시켜 개인 책임론을 설파하듯이 기업과 국가의 패악을 멀리 밀어둔 채 시민사회의 참여만 을 만능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세월호 참사 후 국민 누구나 안전을 걱정하지만, 기업과 국가가 응당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작은 세월호들은 계속되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지만 처벌을 받아야 할 자들, 책임져야 할 정부당국은 그 자리에 있다. 위험요소 100가지를 나열하는 것보다 안전의 정치적 성격, 안전과 민주주의를 성찰하는 일이 더 급하다. 이를테면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면 국민도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촛불이 말하는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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