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노조(위원장 이가현)가 지난해 12월14일 봉투 값 20원 시비 끝에 사망한 야간 알바노동자에 대한 BGF리테일의 사과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은영 기자
A씨는 지난해 12월14일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려워진 가정 형편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들이 술에 취한 손님과 시비 끝에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봉투 값 20원이 문제였다. 하지만 아들이 일했던 CU편의점 본사 BGF리테일은 사과는 물론 유감의 뜻도 밝히지 않았다.

아들이 사망한 지 100일째 되는 23일 오전 A씨가 서울 대치동 BGF리테일 앞에 섰다. A씨는 지난해 영안실에서 마주했던 아들의 모습을 전하며 본사에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아이의 몸이 칼로 난자를 당해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그날 CU편의점 본사에 두 번이나 전화해 연락을 취해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본사는 모든 책임을 가맹점에 돌린 채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A씨의 아들이 일한 CU편의점은 가맹점이다. 가맹점주는 사과와 함께 300만원의 장례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가맹점 운영을 지휘·감독·통제하는 본사는 이날 알바노조(위원장 이가현)에 보낸 공문에서 가맹점 책임을 본사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 15일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대표의 공개사과와 합당한 보상·안전대책 마련·무리한 야간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본사에 발송했다. 본사는 “점주와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유족 협의는 점주와 지속적 노력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알바노동자가 사망한 지 100일이 된 지금까지 유가족에게 단 한차례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오전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간 알바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본사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사망한 알바노동자의 친구인 이한주(36)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돼 있었어도 친구가 무참히 살해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는 “가맹점은 사업운영 전반에 대해 가맹본사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며 “가맹점에서 발생한 사고 책임도 본사에 있다”고 말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경영·영업활동에 대한 지원·교육과 통제를 하며 가맹점사업자는 그 대가로 가맹금을 지급한다.

홍 노무사는 “미국에는 이번 사건과 동일한 편의점 사망사건에서 본사에 연대책임을 물은 판례가 존재한다”며 “BGF리테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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