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석유공사노조

한국석유공사가 정부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안에 따라 사옥 매각에 이어 국내 유일 시추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 자산매각으로 투기자본 배만 불린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단기 구조조정 실적을 쌓기 위한 무분별한 전시성 매각이라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노조(위원장 김병수)는 23일 오후 울산시 중구 공사 본사에서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단기 구조조정 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전시성 자산매각”이라며 “무분별한 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독단 경영을 일삼는 사장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투기자본에 임대료 수익 안겨”=현재 석유공사는 최악의 재무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강행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패와 석유자원의 가격하락이 겹친 탓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 부채비율은 529%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석유공사의 비핵심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이행이었다. 석유공사는 올해 1월31일 코람코자산신탁에 사옥을 매각하면서 임차계약을 체결했다. 본사 사옥을 2천200억원에 매각하되 15년 동안 임차하는 임대조건부 매각이었다. 5년 뒤에 재매입선택권(Call Option)이 공사에 있다.

그런데 1년 임차료가 85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이면 임차료 426억원이 발생한다. 매각 조건에 따라 15년간 임차한다면 임차료만 1천441억원이다. 매각금액의 3분의 2 수준이다.

노조는 “사옥 매각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목표달성은커녕 투기자본에게 거액의 임대료수익을 안겨다 주는 국민혈세 낭비에 불과하다”며 “국민 재산인 공사 사옥을 투기자본에 팔아치우고 고리의 임대료수익만 챙겨주는 전형적 혈세낭비이자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5년 뒤에 사옥을 재매입한다고 해도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본사 사옥이 위치한 울산 중구의 지가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웃돈다. 지난해 기준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은 2.7%인데, 울산 중구평균 지가상승률은 3.6%다. 5년 뒤엔 18% 높은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추선 매각하면 기술도 사장”=산자부는 이달 7일 제3차 자원개발 구조조정 이행점검위원회를 개최해 석유공사의 구조조정 규모를 지난해 1조5천억원에서 올해 1조7천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석유공사의 자산매각을 통해 생산자산(147개)을 20% 이상 감축하고 두성호(시추선) 등 비주력 사업 분야 자산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최근 시장 악화로 30년간 공사가 쌓은 국내 유일 시추선 운영경험과 기술이 고스란히 사장될 것”이라며 “국가 기간산업이 통째로 종료되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자산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는 주요 자산 매각은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실상 정부가 부여한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매각에 나서는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 양적성장 전략에 기초해 무분별하게 해외자산을 인수한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반발했다.

최근 석유공사의 매각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발의됐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20일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석유공사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매매할 때는 절반 이상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평가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측근 채용비리, 독단 경영 사장 퇴진해야”=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정래 사장 퇴진 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장 퇴진 찬반투표 결과 97%가 퇴진에 찬성했다. 노조는 “사장의 측근 채용을 통한 비선 경영과 독단적 경영으로 내부 구성원들은 더욱 고통받고 있다”며 “산자부가 조사를 통해 해임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산자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병수 위원장은 “공사의 지속가능성을 말살하는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퇴진투쟁을 벌이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공기업 사장의 적합성을 조사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해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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