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2조9천억원)과 원금 상환유예(9천억원)를 조건으로 2조9천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 2015년 밀실회의에서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4조2천억원 투입을 결정했다. 그러고도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채 또다시 대규모 추가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정책 실패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경영부실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비판한 가운데 고용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은 "회사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풀기 위해 노·사·정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출자전환·상환유예 전제로 2조9천억원 지원

정부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담당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별도 자료를 내고 "채무조정 합의와 자구노력 추진을 전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천억원을 지원해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 자금이 지원되면 국책은행이 지원하는 신규자금은 2015년 10월 4조2천억원과 이번에 결정한 2조9천억원 등 7조1천억원이 된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출자전환 2조9천억원과 원금 상환유예 9천억원을 지원액에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출자전환은 채권자가 기업에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현금지원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추가 지원은 '선 채무조정, 후 자금지원' 형태로 추진된다. 이해관계자 간 손실분담 원칙에 따라 채무조정이 이뤄져야 자금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시중은행·사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동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채무조정 방안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임금삭감·1천명 감원해야 지원?

정부의 손실분담원칙에는 대우조선해양 고용문제도 포함된다. 임금삭감과 감원을 비롯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뜻이다. 계획대로라면 대우조선해양은 임금 반납과 무급휴직을 통해 올해 인건비를 25% 줄이고 현재 1만명인 정규직을 1천명 줄여야 한다.

정부는 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회생 방식인 사전회생계획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법원이 강제로 채무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에 직면하고 이미 건조된 선박의 인도까지 지연돼 국책은행 지원하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책은행·시중은행·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충분한 수준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데 합의하면 적기에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진상부터 규명하자"
vs 노조 "회사부터 살리자"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은 사회적 논란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이미 투입한 4조2천억원의 성과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며 "회사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국민 부담 방식으로 자기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1차 지원계획에 따라 투입된 3조8천억원 중 2조9천억원이 금융채무를 갚는 데 사용됐다.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빌려준 은행에 혈세를 투입했다는 의미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자산을 매각하고 직원을 정리해고했는데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우조선해양 2대 주주인 금융위원회가 회사 청산을 막기 위해 국민의 돈을 또 투입하려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새로운 정부 컨트롤타워가 회생가능성을 검토하고, 회사를 망하게 한 부패 원인을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지원이 유동성 위기를 피하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우조선노조 관계자는 "선박수주와 자금회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수급불일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사 경영이 문제인 상황은 아니다"며 "우선 회사를 살린 뒤 경영실패 진상규명을 통해 건실한 기업으로 재탄생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고용감축을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 방안에 동의했다. 문재인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조선해양 도산시 국가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촉발하므로 정부와 채권단은 책임감을 갖고 기업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다만 고용감축 최소화와 지역협력, 중소기업 배려 등 3대 원칙을 충실하게 지켜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단축과 휴업기간 연장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