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에 참석한 대선후보들이 친노동자정권 수립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이재명 성남시장·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친노동자 정권을 염원하는 한국노총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듯 네 명의 대선주자들은 마이크를 잡고 너나없이 "노동존중 대한민국, 친노동정권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에서다. 전국에서 3천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참석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예비후보들, 자유한국당측은 불참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에 대한 후보들의 관심도를 보여 주는 것 아니겠냐"며 "노동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바빠도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앞두고 열린 한국노총 주요 행사가 (불참 후보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일자리 창출 약속 꼭 지키겠다"
이재명 "친노동자정권 넘어 노동자정권 만들어야"


대선주자들의 노동정책과 견해를 듣는 '응답하라! 대선후보' 순서에서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문재인 전 대표는 한국노총과의 인연을 부각했다. 그는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인 민주통합당을 함께 만든 동지"라며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노동변호사를 하며 한국노총 부산본부 고문변호사를 오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꼭 지키겠다"며 "정부와 공공부문이 민간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노동시간단축으로 60만개 일자리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좀 보수적으로 계산해 5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10만개 정도는 모자라도 봐주실 수 있겠냐"고 되묻는 여유를 보였다.

문 전 대표가 단상에 준비된 연설문을 읽은 반면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마이크를 들고 단상 앞으로 나와 즉석연설로 대회장을 삽시간에 부흥회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 시장은 어린 시절 시계공장에서 일하며 산업재해를 당하고 임금체불도 겪어 본 '소년 노동자' 출신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노동자들을 탄압해 하향평준화하는 것이 이 나라 정부"라며 "정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을 높이고 더 많은 노동소득을 가져가게 해야 하며, 노동부는 노동을 탄압하는 곳이 아니라 보호해야 하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친노동자정권을 넘어 노동자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직접 새로운 나라, 공정한 나라, 노동이 존중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유승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중점"
심상정 "노동자정권 만들 심상정 찍어 달라"


이날 자리가 가장 불편했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경제전문가'를 내세우는 동시에 "제 정책도 괜찮다 생각하시면 총투표에서 저 유승민을 절대 빼먹지 말아 달라"는 식의 읍소전략을 구사했다.

유 의원은 "여러분들이 보수정권 9년을 혼내시는 걸 보고 속으로 뜨끔했는데, 저 유승민은 다르다"며 "지난 40년간 경제를 공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노동자·중소기업에 정당한 몫을 찾아 줄지를 평생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노동정책의 가장 중점에 두겠다"며 "상시·지속적 일자리에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고 비정규직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노동자와 대선주자들을 각각 부모와 자식 관계로 표현했다. 심 후보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자식이라도 부모가 아프고 외로울 때 곁을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다. 돈 없고 권력이 적더라도 아프고 외로울 때 곁을 지키는 자식이 진짜 자식"이라며 "여러분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하고 일관되게 투쟁해 온 심상정이야말로 제대로 된 노동자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특히 "정권교체는 시민들이 이뤄 놨고, 차려진 정권교체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며 "어떤 정권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 달라. 과감하게 심상정을 찍어 달라"고 외쳤다.

단위노조 대표자들은 다음달 10일부터 25일까지 보름간 진행하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대선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지지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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