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5월9일)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정당들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한 상태다. 조기 대선인 만큼 경선은 다음달 초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선주자들은 일자리·노동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주요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분석한다. 크게 △일자리·청년일자리 △노동시간·휴가 △임금·근로조건 △비정규직·산업안전 △노동권·노사관계·사회적대화로 나눠 5회에 걸쳐 싣는다. 분석 대상은 유의미한 여론 지지율을 보이면서 일자리·노동공약을 꾸준히 발표한 8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바른정당 예비후보인 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다.<편집자>

▲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 전 대표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기훈 기자
 

최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서 노동시간단축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현행 근기법은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주 12시간 초과해 시킬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1주일을 5일로 계산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휴일(16시간) 포함 68시간으로 늘어났다.

관대한 행정해석 탓에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장시간 노동국가가 됐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천766시간에 비해 347시간 많다. 세계적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천시간을 넘는 나라는 멕시코(2천246시간)와 한국, 그리스(2천42시간)뿐이다.

누가 대통령 되든 노동시간단축

노동부 행정해석은 최근 1주일을 7일로 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법원 판결로 힘을 잃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장시간 노동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대선 주자들 모두 노동시간단축 방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재명 성남시장·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노동시간단축으로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50만개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논의되는 52시간 상한제를 바로 시행하고,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례업종까지 포함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46만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50만개 일자리는 곧 현행 근기법대로 52시간제를 즉각 시행하고 특례업종을 조정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안희정 지사도 52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지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과 정의당 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는 연간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1천800시간은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10일, 연차휴가 같은 휴일·휴가를 전부 사용하고 연간 225일을 하루 8시간씩(주 40시간) 일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폐기되기는 했지만 9·15 노사정 합의 때 "2020년까지 전 산업 노동자의 연평균 실근로시간을 1천800시간대로 단축하도록 협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을 정도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주 52시간제 즉각 시행보다 두 후보의 공약 강도가 센 것이다.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내건 후보들도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예비후보는 "정시 퇴근하고 야근 줄이고 주말근무를 없애겠다"며 칼퇴근보장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일주일 중 정시 퇴근하는 날을 1일(금요일)→2일(화·금요일)→3일(화·수·금요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정시퇴근제를 제안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연정을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범국민 대타협을 이루겠다”며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주 40시간(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 근로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휴가제도 '백가쟁명'

휴가제도 개선안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정해진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육아기 부모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표본으로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를 들었다. 이 회사는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직원에게 취학일 전후 특별 유급휴가 2개월을 준다. 또 금요일에 4시간 일찍 퇴근하고, 임신한 직원은 2시간 조기퇴근도 시행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 국민 안식제’를 띄우고 있다. 10년 근속한 노동자에게 1년 안식년(유급)을 주고, 1년에 1개월 안식월(유급)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안식년제 재원은 2~3년 임금동결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행 법정휴가를 25일로 일원화하고, 휴가저축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4년 전 대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 신드롬을 일으켰던 손 전 대표는 연차휴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연차휴가 취득 근로기간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집중휴가(계획연휴)제로 여름휴가를 2주일(기존 1주+연차휴가 1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하루 11시간 이상의 최소연속휴식시간제 보장을 내걸었다.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대체하지 못하게 하고 미사용 휴가를 저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차휴가일수의 2분의 1 이상을 연속 사용하게 해서 여가를 촉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유승민 의원은 근로일 사이에 최소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유럽연합(EU) 지침처럼 퇴근 뒤 최소 11시간 동안은 계속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퇴근 뒤 SNS를 통해 업무지시를 제한하는 한편 돌발노동을 초과근로시간에 포함시켜 할증임금을 적용한다. 또 SNS를 기다리느라 사업장 밖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초과근로시간에 포함한다. 남경필 지사는 '야근 없는 날'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저출산 해법, 슈퍼우먼방지법·육아휴직 3년법

대선주자들은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도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근로시간단축을 내놓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1월 이른바 슈퍼우먼방지법이라 이름 지은 생애단계별 육아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출산휴가를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 유급휴가를 현행 유급 3일에서 30일까지 확대한다. 또한 부부 출산휴가 1개월 의무제도 실시한다. 육아휴직제도 확대안도 내놓았다.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최고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하되 최대 3년까지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부 3개월 육아휴직 의무할당제도 도입한다. 이 밖에 아이 등·하교를 위해 맞벌이 부부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도 확대한다.

유승민 의원은 저출산 해법으로 이른바 ‘유아휴직 3년 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고 자녀가 만 18세 또는 고등학교 3학년(현행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사용하도록 했다. 또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200만원으로 상향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60%로 상향하기로 했다.

남경필 지사는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제도 확대를 제안했다. 남 지사는 “현행 만 8세 이하 자녀당 최대 1년의 단축근로기간을 만 12세 이하 자녀당 최대 3년까지 연장하는 한편 기업의 애로요인 해소 차원에서 최소근로시간을 15시간에서 20시간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이 발표한 노동시간·휴가 공약 평가는 나쁘지 않다. 시대적 요구를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노동시간단축과 삶의 질 개선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만 실제 연장근로를 어떻게 줄일지 등 구체적인 정책수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다 취합해 보면 꽤 유의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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