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알바 하느라 촛불집회도 못 가고 일하는데 사장님은 야근수당도 안 주시고, 이런 제가 시민이 될 수 있을까요?”

박근혜 탄핵 촛불이 100만개를 넘긴 2016년 11월. 한 20대 알바청년은 우연히 만난 노동문제 전문가이자 전직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지 않는다. 일터와 강의실, 광장에서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을 우리는 시민이라고 부른다. 이 청년은 다른 시민들처럼 촛불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먼 얘기일 뿐이다. 학자금 대출도 갚지 못한 현실 앞에서는 그렇다.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촛불집회에 나가면 세상이 바뀔까요?” “야당 후보를 찍으면 야근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날, 쏟아지는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던 전직 국회의원은 책을 냈다.

좀 더 제대로 했어야 했다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10개월간 전국을 돌며 강의했다. 강의와 일상에서 만난 청년들과 시민들이 던진 질문에 답하려고 엮은 것이 <은수미의 희망 마중-알바가 시민이 될 수 있나요?>(윤출판)다.

저자가 만난 청년들은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실망하고 좌절했다. 정규직이 될 자신도, 부모만큼 돈을 벌 자신도, 내 집을 마련할 자신도 없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은 거대한 하청사회로 바뀌었다. 파견과 도급은 대세가 돼 버렸다. 총선에서 떨어지고 강의를 하면서 은수미 전 의원이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였다. 총선에서 야당이 이겼는데 왜 바뀐 것이 없냐, 당신 같은 기득권 세력은 도대체 무엇을 했냐는 질타였다.

민주화 세대인 친구는 질문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린 무엇을 한 걸까. 우리는 누릴 만큼 누렸는데 미래는 어쩌지?”

때문에 은수미 전 의원은 책을 통해 부모세대에 비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세대에게 민주화 세대의 사과와 위로를 보내고 있다.

“부모세대는 (중략) 우리더러 무엇을 더 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냐 목소리를 높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기성세대는 더 많은 일을, 좀 더 제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해서 나는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여러분의 시대는 온다

지난겨울 광장의 촛불은 80년대 민주화 운동 세대의 기억을 되살렸다. 하지만 2017년의 청년은 1987년의 청년과 다르다. 이름 없는 대중으로서 저항했던 민주화 세대와 달리,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대의 과제 앞에 선 청년세대에게서 은수미는 희망을 찾아내려고 한다.

청년세대들은 “제발 우리에게 바뀌라고 하지 마세요. 돈과 능력과 연줄이 있는 어른들, 가진 사람들이 뭔가 해 보세요”라며 힘겨워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청년세대에서 찾고 있다.

청년이 도전하고 저항하며 요구할 때 세상이 바뀌고 정치가 변했기 때문이다. 1960년 4·19 혁명, 1987년 6·10 항쟁이 그랬다.

“우리의 시대가 올까” 하고 묻다 잠든 청년세대의 어깨를 토닥이며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물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얘기는 아니다.

“기득권은 그냥 무너지지 않습니다. 기득권은 빼앗는 것이며 쟁취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바로 지금 당신의 행동이 당신의 미래이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행동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