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차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전지법 천안지원 2013고단1867·2015고단507(병합)·2015고단768(병합)·2016고단2490(병합)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지회(아산지회·영동지회)가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해 특별교섭을 요구하자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으면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시켰다.

유성지회가 2011년 5월1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하자 유성기업은 같은날 아산공장에 대해, 같은달 23일 영동공장에 대해 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폐쇄 이후 유성기업은 선별적·단계적 업무복귀만을 주장하며 유성지회와 조합원들의 업무복귀 요구를 거부한 채 2011년 8월21일까지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2011년 7월1일부터 법률상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유성기업은 회사에 우호적인 노동조합(제2 노조)을 설립하고 그 노동조합이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해 교섭대표노조가 되게 함으로써 유성지회를 무력화하거나 와해할 방법을 기획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7월 제2 노조인 유성기업㈜노동조합 출범과 관련해 제2 노조의 규약, 노조설립신고서, 창립총회 의사록의 각 초안을 작성해 주는 등 제2 노조 설립에 개입했다. 직장폐쇄가 철회된 이후 유성기업은 유성지회 조합원들에게 연장근로와 휴일특근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임금상 불이익을 가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10월18일과 같은해 11월1일 유성지회 조합원 27명을 단체협약을 위반하며 해고했는데, 해고자들은 유성지회 간부나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던 조합원이었다. 제2 노조를 육성해 과반수 노조로 만들기 위해 유성기업은 각 팀별로 팀장 등 관리직원들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했다. 팀장 등 관리직원들은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개별 접촉해 유성지회에서 탈퇴하고 제2 노조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거나 종용했다. 위와 같은 조치에도 2012년 임금·단체교섭을 앞두고 제2 노조가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하자 유성기업은 관리직 사원들의 제2 노조 가입을 추진했다. 유성기업은 2012년 1월9일부터 같은달 26일까지 그동안 한 번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적이 없던 관리직 사원 49명을 제2 노조에 가입하게 했다.1)

검사는 위 사실 중 일부(2013고단1867 사건의 범죄사실)만을 기소하고 나머지 범죄행위에 대해 불기소처분했으나, 재정신청사건에서 대전고등법원의 공소제기결정(대전고법 2014.12.30 선고 2014초재413 결정 등)에 따라 검사의 기소가 이뤄졌다. 공판 과정에서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 등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사는 피고인 유○○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피고인 유○○에 대해 징역 1년6월 및 벌금 200만원, 피고인 이○○·정○○에 대해 각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 피고인 최○○에 대해 징역 6월(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 및 사회봉사 80시간, 피고인 강○○에 대해 벌금 200만원, 피고인 박○○·이○○에 대해 각 벌금 150만원, 유성기업 주식회사에 대해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2. 이 사건 판결의 의의

이 사건 판결은 189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인 바, 그 주요내용과 의의를 밝히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사건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인 유○○ 등의 최저임금법 위반, 상여금·직장폐쇄기간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연장근로 초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조합 총회 등 개최 거부,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제한, 소속근로자에게 금속노조에서 탈퇴해 어용노조인 제2 노조에 가입할 것을 권유·종용, 연장 및 휴일특근 차별, 위법하게 직장폐쇄 개시 및 유지, 단체교섭 거부·해태, 어용노조인 제2 노조 설립에 개입, 사무직 직원 49명에게 제2 노조에 가입하도록 종용, 노조간부나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 27명에 대해 단체협약 절차를 위반해 해고 하는 등 각종 방법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즉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노동행위의 거의 모든 유형이 포함돼 있고 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사용자의 범죄행위, 특히 부당노동행위 인정에 소극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법원이 유성기업 사용자의 광범위한 범죄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다.

둘째, 이 사건 판결에서 적시된 각종 부당노동행위 등 범죄사실은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으면서 진행됐다. 유성기업측과 창조컨설팅측은 지속적·주기적으로 전략회의를 개최했는데, 창조컨설팅은 전략회의를 위한 각종 문건을 작성했다. 그 문건들에는 어용노조인 제2 노조의 설립과 육성, 유성지회의 조합원 축소를 위한 구체적 방안, 관리직 사원의 제2 노조 가입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문건들은 검찰의 압수수색 또는 창조컨설팅의 임의제출 등으로 확보됐는데, 이 문건들이 이 사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략회의 문건이 창조컨설팅 내부자료에 불과하고 문건이 유성기업측에 전달된 사실이 없으며, 문건의 내용을 자문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 판결에서는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과 실무적으로 접촉했을 것으로 보이는 직원들의 컴퓨터를 일시에 교체했다는 점을 유성기업측의 증거인멸 정황으로 설시하고 있다.

셋째, 검사는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검사의 구형을 초과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그동안 검찰이 수사과정과 공판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사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검찰은 유성기업 사용자에 대해 늑장수사로 일관했고, 수많은 증거가 확보됐음에도 대부분의 범죄사실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했다. 공판에서도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광범위하게 장기간 지속됐고 그 피해가 크고 죄질이 나쁜데도 징역 1년을 구형했을 뿐이었다. 피고인 유○○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킨 이 사건 판결은 그동안 사용자의 범죄에 대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던 검찰의 관행과 그러한 관행을 믿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 온 사용자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넷째,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죄행위에는 현대자동차가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을 보고받았을 뿐만 아니라(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전략회의 문건 등과 별도로 현대자동차 보고용 문건을 다수 작성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대표이사 피고인 유○○과 창조컨설팅 대표를 불러 현대자동차 본사 10층 회의실에 점검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했다. 특정 일자까지 제2 노조 조합원을 80%까지 확보하라고 직접 피고인들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 사건 판결에는 현대자동차 이사대우 최○○이 제2 노조를 과반수노조로 육성하고 유성지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유성기업이 부당노동행위를 하도록 유성기업에 압력을 가할 것을 지시하는 이메일을 현대자동차 직원 황○○·강○○·권○○에게 보내는 등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설시돼 있다. 현대자동차의 부품사 노사관계 개입은 빈번하게 이뤄지지만 판결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판결은 의의가 크다.

3. 나가며

이 사건 판결은 양형 이유에서 "일련의 범행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게다가 이 사건 각 범행은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기간 또한 장기간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히며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받았던 고통(조합원 한광호는 2016년 3월17일 고통을 이겨 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과 피해에 비하면 과연 합당한 처벌인지 의문이 든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상향돼야 마땅하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사문제에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 판결을 계기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범죄에 개입한 현대자동차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기소와 유죄판결을 기대한다.


각주
1)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유성기업㈜노동조합(제2 노조)의 설립이 무효임의 확인을 구한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4월14일 "유성기업노동조합은 설립 자체가 유성기업이 계획해 그 주도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조직 홍보·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유성기업의 계획하에 수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바, 유성기업노동조합은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유성기업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성기업노동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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