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태백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광산노동자 산재보험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용득 의원실

진폐 합병증을 앓는 노동자들이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소음성 난청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을 완화하는 등 탄광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용득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21일 오후 강원도 태백 태백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광산노동자 산재보험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진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산재)는 "대법원이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근로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고 있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이 부지급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며 "공단은 진폐 요양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 행정해석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진폐환자 장해급여 부지급은 위법"
공단 "전원합의체 판결 아냐" 기존 입장 고수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진폐증으로 요양 중인 환자에게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요양 중인 환자가 치료 후 신체장해가 있는 경우에만 장해급여 대상자가 된다. 진폐환자는 질병 완쾌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장해급여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그런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진폐 합병증을 앓는 피해자들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공단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진폐증과 진폐 합병증을 구별해서 봐야 하고, 합병증을 치료 중이라고 해서 진폐증에 대한 장해인정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공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진폐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지나 장해급여 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박진우 노무사는 "진폐증은 분진이 발생하는 근무환경을 떠나도 진행이 계속되고 병을 완쾌하는 치료법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질병과 다른 특수성을 가진다"며 "진폐증 요양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하다 법원이 이와 다른 판단을 했다는 이유로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행사를 게을리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제도인데, 권리행사를 못하도록 막았던 공단이 되레 소멸시효를 이유로 책임을 산재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미영 변호사(법률사무소 피플)는 "합병증으로 요양을 받은 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업무관행이 대법원에 의해 위법하다고 지적된 만큼 공단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며 "공단이 장해결정 통지를 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피해 노동자들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령 이유 난청 산재불승인 개선해야"

공단은 탄광노동자들의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판단할 때 연령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이 혼재돼 있다는 이유로 불승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청각장애를 신청한 탄광노동자들도 산재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상수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사무국장은 이날 토론에서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은 의학적으로 구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령이라는 이유로 장해보상을 해 주지 않는 것은 문제 소지가 크다"며 "공단은 소음성 난청을 판단할 때 연령을 고려하는 것을 재고하고, 청각장애인으로 결정됐다는 이유로 산재불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광엄 공단 산재보상국장은 "진폐환자에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소멸시효 문제로 인해 공단이 무작정 급여를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혼재된 경우 산재로 인정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득 의원은 토론회 축사에서 "산업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업역군인 노동자들에 대한 진정한 보답과 보상이 시스템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공단은 진폐환자에게 장해급여를 주지 않거나 고령을 이유로 난청 산재를 불승인하는 관례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선진폐상담소에 따르면 진폐재해자는 요양진폐환자 3천여명과 13급 이상 장해판정자 9천500명, 진폐의증 3천300명, 만성폐쇄성폐질환자 400명, 진폐끼보유자 1만2천명 등 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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