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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협약 체결운동을 제안한다 ②
한석호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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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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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호 노동운동가

한 70대 노인이 시장에서 김치를 훔쳐 가다 땅에 떨어뜨렸다. 흙이 묻어 먹을 수 없는데도, 노인은 먹었고 남은 것은 보관했다. 그러다 경찰에 붙잡혔다. 배가 너무 고파 먹을 반찬이 없어 훔쳤다 했다. 집이 없는 노인은 여관에서 살았는데, 매달 받는 노인기초연금 20만원에서 15만원을 숙박비로 냈다. 그리고 단돈 5만원으로 한 달 밥값을 해결했단다. 노인은 과거 그 시장 이웃이었다. 생활 형편이 넉넉했을 때엔 상인들에게 자장면과 수박 등을 나눠 주는 인정 넘치는 이웃이었다고 했다.

청년들을 보자. 일자리는 부족하고 그마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청년들은 어디 소속이고 어떤 직장에 다니는가에 따라 평생 삶이 좌우된다. 어떤 노동자는 퇴직해 놀면서도 200만원 넘는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대에, 어떤 청년은 첫발을 딛는 순간부터 200만원이 되지 않는 노동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서 허우적댄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자본주의라 해도, 이건 너무 심하게 불공정하다. 자본주의라 해서 전부 대한민국처럼 막 나가지는 않는다.

이런 일이 21세기 하고도 17년이 된 세계 경제력 10위대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든 국회든, 노동조합이든 재계든, 진보든 보수든, 책임 있는 사회세력들이 너나없이 무능했다. 네 탓이오,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만 해 대고 있었다.

극단의 양극화와 끔찍한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희망의 공정사회협약 체결’을 제안하는 이유다.

사회협약을 통해 풀어야 할 한국의 양극화·불공정 문제는 극심하게 뒤틀린 채 고착될 대로 고착돼서 박근혜 탄핵보다 훨씬 어려운 난제다. 최저임금 인상, 임금격차 해소, 복지 확대, 세금 인상, 일자리 확대, 산업 경쟁력, 사회기금, 공정한 경쟁, 노사관계 전환, 영세상인, 장애인노동, 여성노동 등 하나하나만으로도 어려운 난제인데 굴비두름처럼 엮여 있다.

어떤 내용의 합의든 사회협약이 한국 사회를 대전환시키려면 세금의 대폭 인상이 따라야 한다. 정부든 노조든 재계든 쉽게 주장하고 합의할 수 있겠는가. 내 몫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집단이기주의가 발동하면서 격한 갈등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이다. 힘 있는 여야가 정치적 부담을 핑계 삼아 엄두를 내지 못한 사안이다. 각 사회세력이 서로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던 사안이다.

그런 문제들을 사회협약으로 체결하려면, 국민의 눈과 귀가 모이고 입이 열려야 한다. 사회협약을 논의하고 체결하는 과정 자체가 국민운동으로 승화돼야 한다. 촛불 시즌2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든 어떤 집단이든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책임 있게 나설 것이다.

사회협약 원탁에는 책임을 나눠야 할 단위를 모두 앉혀야 한다. 노조와 재계와 정부는 기본이다. 거기에 양극화·불공정으로 절규하는 청년·노인·여성·상인·장애인 등의 대표성도 참여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표성이 함께하고, 하청노동자의 대표성도 참여해야 한다. 재계는 중소·영세·하청 대표성이 참여해야 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 연대경제 단위 대표성도 참여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참여해야 한다.

또 있다. 국회도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힘을 모으는 데 매우 유효하다는 것을 박근혜 탄핵에서 확인했다. 박근혜는 하야나 타도가 아닌 국회 탄핵으로 쫓겨났다. 국회가 참여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사회협약을 법제화하려면 야당의 합의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아니라, 문재인과 안희정과 이재명이 합체해서 대통령이 돼도 국회는 여소야대다. 정부와 여당만으로는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교섭단체를 불문하고 여야를 망라해 참여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여야가 모두 참여해 사회협약을 체결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협약을 지속할 수 있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사회 대전환 협약을 만들 수 있다. 정부와 재계는 국회가 껄끄럽더라도 배제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협약을 체결하려는 시도가 있을 듯싶다. 박근혜 퇴진 촛불이 대통령선거 이후에는 양극화·불공정 해소 요구로 거세게 분출되리라는 점을 보수언론도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정부는 집권 초에 뭐라도 성과를 내려고 조급할 텐데, 그러면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다. 청년과 밑바닥은 계속 지옥이리라. 사회협약은 어느 한 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여야를 망라한 국민 모두의 성과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촛불을 통해 대통령을 몰아낼 정도로 성숙했다. 몰상식한 박근혜 일당을 제외한 보수·진보가 그 과정에 함께했다. 경제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한국 경제는 30년 넘게 세계 10위대다.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다음 칼럼에 계속)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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