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에도 여성 안수의 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신학자인 강호숙(54) 박사는 이 한마디 기도 때문에 총신대 시간강사직에서 해고됐다. 2015년 12월 대학 총장이 참석한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회 송년회 자리였다. 강 박사는 목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하는 안수를 여성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총신대에서 7년 가까이 시간강사로 일한 강 박사는 2016년 1월에도 대학측의 요청에 따라 시간강사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수업계획서를 온라인으로 입력했다. 그런데 다음달 그가 맡기로 한 강의가 폐지·유보되거나 담당교수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학 관계자들은 강 박사에게 “송년회 자리에서 여성안수 발언을 해 배제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혹은 “여성안수에 찬성하는 사람을 강사로 위촉하는 것에 대해 교단측에서 총장을 공격했다”는 말을 전했다.

강 박사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강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총신대가 여자교수를 뽑지 않는 것은 여성차별”이라고 결정했다.

부당해고 판정 받았지만 성차별 문제는 해결 못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주관한 ‘여성노동분쟁 사례 토론회’에서 나온 사례다. 이날 토론회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정 3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강호숙 박사는 노동위 판정으로 해고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해고이유였던 여성차별은 부당해고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학측은 노동위 심문 과정에서 송년회 기도때문이 아니라 “전임교원의 강의부담 비율을 상향하기 위해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동위는 대학측이 서면통보 없이 강 박사를 해고한 점과 강 박사를 해고한다고 해서 전임교원 강의부담 비율을 늘릴 수 없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국가인권위가 총신대에 “교원 임용시 여성을 차별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성의 목사안수를 금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방침은 검토대상이 아니었다.

강 교수 사례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가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에 대한 목사안수를 금기시하는 교단 방침은 종교의 자유이지만, 고용 평등권을 침해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수연 국민대 강사(법학 박사)는 “여성의 목사안수를 불허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에 입각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성을 이유로 고용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성차별 관행 시정할 수 있는 제도 필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관련한 구제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호숙 박사의 노동위 심판을 지원한 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는 “이번 사례의 경우 구제신청이 인용되더라도 본질적인 해고사유인 성차별에 대해 판단받을 수 없는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구제수단이 노동위 구제신청 정도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사용자를 고소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차별시정 효과를 보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역시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이상미 노무사는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판단구조와 피해자 실질구제가 가능한 집행력, 조직의 성차별적 제도·관행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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