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수출 증가와 고용창출 모두에서 효과가 없었던 반면 공공·의료 분야에서 규제완화와 민영화 위기를 부르는 등 부작용이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통상질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시민정치포럼은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FTA 발효 5년,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한미FTA 발효 전인 2010년과 2011년 32.3%와 12.8%를 기록한 대미 수출증가율이 발효 1년차(2012년)에 4.1%로 뚝 떨어지고 다시 회복됐다가 4년차(2015년)와 5년차(2016년)에는 각각 -0.6%와 -4.8%를 기록했다”며 “한미FTA 효과 검증을 해야 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아직도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FTA 효과는 없었으나 우리나라 제도를 변화시키는 데만 영향력을 보였다고 꼬집는 말도 나왔다. 그는 “한미FTA 협상 이후 지적재산권·서비스·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63개 법령이 제·개정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한미FTA가 폐기되거나 투자자-국가소송(ISD), 래칫조항 등이 개정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민영화와 규제완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새로운 통상질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라진 동아시아에 거대 FTA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남았다”며 “새 정부는 각국 국민의 이익이 되는 협력프로그램 위주로 RCEP를 다시 짜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하는 한편 한중일 지식인이 나서 동아시아 공동체 수립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기호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참여정부는 한미FTA 체결 뒤 10년간 34만명 신규고용 효과가 난다고 홍보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없다”며 “지난해부터 한미FTA가 적용된 한국 자동차 수출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한미FTA를 경제민주화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한미FTA는 병원영리화나 의약품 규제완화, 실손의료보험 규제완화 같은 공중보건 분야 규제완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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