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계속 발전했는데도, 국민이 느끼는 삶이 팍팍한 이유가 있었다. 경제가 10% 성장하는 동안 국민 삶의 지수는 4%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특히 가족·공동체와 고용·임금 영역은 삶의 질 지수가 최악이었다.

15일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는 국민 삶과 직결되는 각종 통계와 설문조사를 통한 주관지표를 합산해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를 작성해 발표했다. 정부가 삶의 질 지수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득·소비, 고용·임금, 사회복지, 주거, 건강, 교육, 문화·여가, 가족·공동체, 시민참여, 안전, 환경, 주관적 웰빙을 비롯한 12개 영역에서 80개 지표로 삶의 질을 측정했다. 전체 지표 중 30%인 24개는 삶의 만족도 같은 주관지표였다.

◇경제 10% 성장할 때, 삶의 질은 4% 증가=통계청과 학회가 밝힌 2015년 기준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1.8로 기준연도인 2006년(100)에 비해 11.8% 증가했다. 교육 영역 삶의 질이 23.9%로 가장 크게 올랐고 안전(22.2%)과 소득·소비(16.5%), 사회복지(16.3%)가 뒤를 이었다. 주관적 웰빙(13.5%)과 문화·여가(12.7%), 환경(11.9%), 시민참여(11.1%) 영역은 종합지수와 유사한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영역은 평균 이하 증가율을 보이거나 오히려 후퇴했다. 건강과 주거는 각각 7.2%와 5.2% 증가해 평균을 밑돌았다. 고용·임금 영역은 3.2% 오르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10년간 0.6%포인트(2006년 59.7%→2015년 60.3%) 늘어나는 데 그쳤고 임금(월급여)도 같은 기간 22만1천원(2006년 197만8천원→2015년 219만9천원) 올랐다. 연평균 2만2천원씩 임금이 오른 셈이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같은 기간 24.9%에서 23.7%로 줄었다지만 국민이 느끼는 일자리 만족도는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9년 26.6%에서 2015년 25.2%로 떨어졌다.

특히 가족·공동체 영역은 삶의 질 지수가 2015년 98.6을 기록해 2006년보다 1.4% 감소했다. 주관적 지표인 가족관계 만족도가 2006년 50.4%에서 2015년 55.3%로 늘었지만 반대로 객관적 지표는 모두 나빠졌다. 한 부모 가구 비율이 같은 기간 8.8%에서 9.5%, 독거노인 비율이 18.1%에서 20.8%, 자살률이 21.8%에서 26.5%로 악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사회단체 참여율 지표가 38.8%에서 49.3%로 크게 올랐다.

심각한 것은 국민 삶의 질 향상 수준이 경제성장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이후 10년간 우리나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9% 증가했다. 삶의 질 지수 증가율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삶의 질 종합지수는 2006년 100을 기준으로 2009년 105.4, 2012년 109.2, 2015년 111.8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삶의 질 지수 증가율은 1인당 GDP 증가율 대비 41.3%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삶의 질 지수, 개선 필요=통계청 삶의 질 종합지수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삶의 질 지수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영역이 교육(23.9%)인데, 되레 국민은 치솟는 사교육비와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공교육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잦은 교육·입시정책 변경으로 사설학원을 찾아다니는 실정이다.

교육 영역 삶의 질 지수 개선은 유아교육 취학률(2006년 77%→2015년 92.1%)·고등교육 이수율(32.9%→45.5%)·평생교육 참여율(29.8%→40.6%) 같은 형식적 지표가 크게 나아진 것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월호 참사나 대구 서문시장 화재 같은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안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안전영역 삶의 질 지수가 두 번째로 높은 22.2%나 증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측정지표 중 하나인 산업재해율은 2006년 0.77%에서 2015년 0.5%로 크게 줄었는데, 노동계는 산재은폐가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관적 지표인 사회안전에 대한 긍정 평가는 11%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3년 11.4%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는 9.2%로 급락했다가 2015년 11.1%로 다시 회복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삶의 질 지표의 선정과 측정은 다양한 쟁점이 존재하므로 학계·언론·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할 계획”이라며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국내 삶의 질 측정 워크숍을 통해 삶의 질에 대한 관점과 가중치 산정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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