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 공인노무사(전국철도노동조합 법규국장)

대상판결 : 대법원 2016도1690 업무방해


1. 사건개요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따라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반대에도 2013년 12월9일 예정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 개최를 강행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같은해 12월9일 오전 9시부터 필수유지업무 담당자를 제외한 조합원들이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했고 국회 중재로 그해 12월31일 오전 11시께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했다. 철도공사는 업무방해혐의로 철도노조 위원장 등 주요간부 185명을 고소했고 동 고소사건에 대해 올해 2월3일 대법원은 위원장 등 핵심 간부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철도공사는 동 파업을 이유로 파업에 참여한 전 조합원 8천663명을 직위해제하고, 해고 99명 등 404명을 중징계했다. 철도노조와 주요 간부들을 상대로 16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철도노조 통장을 포함해 116억원을 가압류했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므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 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3. 원심 판결의 쟁점과 대상판결의 한계

동 판결에 대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16.1.15 선고 2015노191 판결)은 파업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판결)에서 위력의 징표 중 이른바 ‘전격성’을 고려한 것을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조업계속의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것으로 그 취지를 봤다. 이에 따라 당해 쟁의행위의 ‘전격성’은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가 객관적으로 파업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 조업을 계속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쟁의행위의 목적 혹은 절차의 위법성 여부는 전격성을 판단함에 있어 부수적 징표로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심은 철도노조의 쟁의행위 목적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결의저지’로서 이는 철도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철도공사의 처분권이 존재하는 측면에서 파업의 목적이 중대한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절차 역시 찬반투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모두 거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심은 1심과 달리 사용자의 예측가능성과 대비가능성을 구분해 노사 간 단체교섭 쟁점사항에 대한 인식 여부, 노동위원회 조정신청, 교섭양태, 노조의 찬반투표, 기자회견 등을 통한 일정공개, 필수유지업무 명단 통보로 철도공사가 쟁의행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철도공사의 비상수송대책 수립, 필수유지업무 유지, 대체인력 투입, 쟁의기간 중 여객·화물운송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쟁의행위를 ‘대비’할 수 있었고 실제 대비했으므로 전격성이 부정된다고 설시했다. 더 나아가 필수유지업무 제도의 도입, 업무방해죄에 대한 판례 변경으로 인해 사용자인 철도공사의 예측가능성이 제고돼 이 역시 전격성을 부정하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검사가 전격성 인정의 주요 근거로 주장한 철도산업 특수성은 필수유지업무 제도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노동조합에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고 봐 배척했다. 마지막으로 위력의 또 다른 징표인 ‘막대한 손해’는 철도노조 쟁의행위가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은 쟁의행위 목적이 부당할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으로는 처벌할 수 없으므로 이를 업무방해죄로 규율해야 하고, 전격성 판단에 있어 단순히 파업을 예고했거나 일정을 통보해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규범적 예측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설령 파업 돌입을 예측하고 대비했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목적이나 절차가 부당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다고 ‘평가’해 전격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8.20 선고 2011도468 판결)을 그 주요한 논거로 삼았다.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판결 후 대법원은 보도자료에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한 철도 등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는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사항을 주된 목적으로 해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라고 하고 있어, 쟁의행위의 목적도 전격성 판단의 주요한 징표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동 판결 역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를 따랐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 판결은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의 파업이 ‘위력’에 해당하기 위한 개념표지로서 ‘전격성’ 요건을 도입한 것이고 이러한 전격성은 ‘파업의 전후 사정과 경위 등’을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기초로 해서 사용자의 내심이나 주관적인 기준이 아닌 사회통념상 일반인으로서 예측이 가능했는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먼저 위력의 징표인 ‘전격성’과 이로 인한 ‘막대한 손해’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구성요건 해당성), 위 징표들이 존재한다면 위법성 조각 요건을 판단할 때 파업의 목적이나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검토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파업의 목적이나 절차적 부당성을 이유로 전격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실제와 동떨어진 형식논리적인 판단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검찰의 주장은 위법한 쟁의행위로서 파업의 경우 만연히 업무방해죄로 처벌해 오던 종래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원심판결을 긍정한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으로 타당하지만 ‘전격성’ 판단에 있어 당해 파업의 목적이나 절차상 정당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명확한 설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게다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2009년 철도파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규범력 있는 판결로서 검찰이 이 사건에서 주장한 ‘규범적 예측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판례로 인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원합의체 소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구체적 사례에서 자의적인 법 적용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업의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떨어지게 하고, 2013년 철도노조 파업과 같이 파업 초기 국가공권력-압수수색·체포영장-의 개입을 용이하게 함으로서써 단체행동권의 충실한 보장이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전원합의체 판결이 위력의 징표로 제시한 ‘전격성’과 ‘막대한 손해’는 원심판결과 같이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그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고, 종국에는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그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의 충실한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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