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학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대학본부 점거농성을 하던 학생들을 물리력을 동원해 끌어내자, 학생들이 성낙인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본부점거본부는 13일 성낙인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연서명 운동에 재학생 3천2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졸업생과 대학원생까지 합치면 서명 참여자는 4천명을 넘었다. 지난 11일 학교가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153일간 점거농성을 하는 학생들을 해산시키자 학생들이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점거농성을 한 점거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대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문구를 담은 근조화환을 학내 곳곳에 세웠다. 학생들은 대학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학내 신문 <대학신문>은 이날 주간 교수단 교체와 편집권 보장을 요구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대학신문> 주간 교수단과 학생 기자단은 지난해 10월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는 본관 점거농성 기사화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당시 학생 기자단은 주간 교수가 본부점거 이슈를 줄이고 개교 70주년 기사를 늘릴 것을 일방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또 다른 학내 신문 <서울대저널>에 따르면 학교가 <대학신문>을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메모도 발견됐다. 점거본부가 협력부처장실에서 확보한 이 메모는 지난해 9월13일 확대간부회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메모에는 △주간의 학생기자단 통제능력 부재 지적 △시흥캠퍼스를 주요 의제로 설정한 <대학신문> 보도 비판 △기자단과 총학생회의 역할 관계 언급 △학생처장에게 <대학신문>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성낙인 총장의 요구가 담겨 있다.

학생들은 “성낙인 총장이 집권하고 난 이후 서울대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며 “군부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본부의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진압 행태를 책임지는 유일한 길은 이 모든 것을 뒷짐 지고 지시한 대학 본부의 수장, 성낙인 총장의 사퇴뿐”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학내 갈등은 지난해 8월부터 학교가 경기도 시흥시와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을 맺으며 시작됐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설립은 영리추구만을 위한 것으로 학생들과 소통 없이 진행됐다”며 반발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다음달 4일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 퇴진운동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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