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차기 위원장으로 박홍배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지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박 후보에 대한 당선무효 결정에 이어 또다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는 징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압승으로 잡음 잦아드나 했더니…"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부 선관위는 지난 10일 재선거 1차 투표 결과를 공고했다. 조합원 1만2천576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 중 57%(7천113명)가 기호 4번 박홍배 후보에게 표를 줬다. 기호 3번으로 출마한 김명수 후보는 12%(1천551표)를 얻는 데 그쳤다. 5명이 재선거에 출마했는데, 1차 투표에서 5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린 후보가 나와 결선투표 없이 차기 위원장이 결정됐다.

박홍배 후보는 지난해 연말 열린 임원선거에서도 1차·결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선관위가 "박 후보가 총 14건의 선거규정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려 당선이 취소됐다.

징계 사유에는 1차 투표에서 낙선한 김아무개 후보가 “저는 윤종한 후보(결선투표 진출자)를 지지한다는 담화문에 사인하지 않았다”고 쓴 문자를 조합원에게 보낸 것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선관위는 박 후보의 당선무효 결정에 따라 지난달 초 이달 8일 재선거를 치른다고 공고했다. 박 후보는 재출마했는데, 선관위는 지난달 25일 박 후보의 재선거 후보자격까지 박탈했다. 선거 관련 SNS 미삭제 등 7건에 대해 주의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선거일을 하루 앞둔 이달 7일 "7건 중 4건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박 후보가 제기한 가처분을 인용했다. 박 후보는 후보자격을 되찾았고, 공식선거 운동기간이 다른 후보보다 짧은 불리한 여건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선거를 둘러싼 잡음도 잗아드는 듯했다.

당선무효·재선거 후보등록 무효, 재당선도 무효?

그런데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선관위가 투표가 진행되던 지난 8일 박 후보에 대한 9건의 징계심의 요구안건을 논의한 끝에 8건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표결 끝에 현대증권노조의 박홍배 후보 지지 현수막이 재선거 후보등록 마감일 이후에도 게시됐다며 징계를 결정했다. 박 후보가 재선거 후보등록 무효를 결정한 선관위 회의에 반발하며 벌인 1인 시위와 회의 결과를 보도한 본지 기사(2월27일자 12면 'KB국민은행지부 선관위, 박홍배씨 후보자격 박탈' 참조)에 대해서도 각각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선관위 사무를 방해하고, 외부조직의 선거개입을 유도·방조했다는 이유였다.

박 후보는 재선거 후보등록 무효 결정과 관련해 다른 후보 4명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는데, 선관위는 이를 "후보자 대한 협박(강요)"로 규정하고 4건의 징계를 확정했다. 선관위는 박 후보가 당선무효 결정 이후 진행한 촛불집회에서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L0직군 참가자가 "발언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한 것을 두고서도 사전선거운동에 따른 선거규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박홍배 후보의 시위가 정당했다는 점이 드러났는데 이를 문제 삼고, 진술서 작성 요구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4건의 징계를 결정한 것은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선관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두 번에 걸친 조합원들의 결정을 되돌리려고 한다면 시민사회 역시 저항운동을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박 후보측에 13일 징계양정을 확정하는 회의가 열린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부 선거규정에는 주의·공개경고·등록무효·당선무효 등 4가지 벌칙이 존재한다. 주의 2건은 공개경고 1건에 해당한다. 공개경고가 3건 쌓이면 후보등록은 무효다.

선관위가 박 후보의 선거규정 위반사건에 각각 가장 낮은 수위의 벌칙인 주의를 주더라도 후보등록이 무효인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후보등록과 당선무효를 확정하려면 재적 선관위원 3분의 2 동의가 있어야 한다. 박 후보의 두 번째 당선에 대한 무효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매일노동뉴스>가 선관위 입장을 듣기 위해 김진윤 선관위원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징계양정 회의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박홍배 후보측은 “선관위가 이번에도 당선무효를 결정한다며 즉시 가처분을 제기할 것”이라며 “8건의 선거규정 위반 혐의가 법원이 ‘이유 없다’고 판결한 사안과 겹치는 내용이라서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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