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우 기자
구태우 기자

“우리 애들이 왜 죽었는지 그거 하나만 알려 달라는데. 왜 세월호만 안 됩니까.”

유경근(단원고 고 유예은양 아버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직후 이같이 말하며 오열했다.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구조실패로 나타난 국민의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 성실의무 위반이 탄핵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 안타까움을 나타낸 것이다. 세월호 7시간은 탄핵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새 정부가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2기를 출범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도 동거차도 바다에 침몰해 있는 세월호를 인양해 미수습자를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매일노동뉴스>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 직후에 고 김유민양 아빠 김영오(50·사진 위)씨와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44·사진 아래)를 만났다. 인터뷰는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김영오씨 “대통령 파면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보상”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파면을 선고할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유민이랑 (헌법재판소 최종선고를) 같이 보면서 끌어안고 기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유민이가 없으니까 너무 보고 싶다. 그래도 대통령이 파면됐으니까 이제는 마음 놓고 유민이한테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걸로 됐다. 3년 동안 유가족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목숨 걸고 단식했고 길거리에서 비 맞고 눈 맞으면서 싸웠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힘들었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것 같다.”

- 세월호 7시간은 탄핵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는데.

“아쉽다. 검찰도 특검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대면조사도 하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내놓은 자료는 세월호 당일 대통령이 뭘 했는지 증명하는 게 아니라 방해하는 자료였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일정과 관련해) 계속 거짓말만 하고 방해한다. 뭔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제2의 세월호특조위를 만들어 조사해야 한다.”

권미화씨 “대통령 탄핵한 국민 세월호도 밝혀 주셨으면”

- 아들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세월호 참사 3년이 됐는데 아직도 바닷속에 있다.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이 빨리 수습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데…. 아직도 세월호가 인양되지 않고 있다. 답답하다. 아이들이 다 올라와야 조사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 박근혜 파면 결정이 진상규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단초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3년이 지났지만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유가족들이 3년간 싸우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헌법재판소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촛불을 밝히신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국민이 끝까지 촛불을 밝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줄 것 같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국민이 끝까지 촛불을 밝혀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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