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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봄
   
꽃피는 춘삼월이라던데, 그게 다 음력 얘기였지. 광장에 흐드러지던 건 때아닌 눈발이었고, 때맞춰 불어온 드센 바람에 머리칼이 흐트러졌다. 봄이 멀었다. 가만 서서 바람을 버티던 이들은 상을 받았다. 무대에 올라 활짝 핀 꽃다발을 품었다. 기가 찬 사연을 마이크 잡고 풀었다. 꽃으로 불리기를 거부했다. 오랜 바람을 외치며 행진하는 길, 맞바람이 매서웠다. 갈 길이 멀었다. 봄 앞이 과연 겨울이다. 새봄을 꿈꾸는 사람들이 거기 광장에서 벌벌 떨어 가며 오래도록 불꽃을 피워 들었다. 그래, 봄꽃은 피었다. 비좁은 골목 담벼락에 늘어진 메마른 가지에 노란색 개나리 몇 송이가 삐죽 나왔다. 언제고 활짝 피려나. 아직은 아득한 일이라며 노동하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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