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실업의 구조적 원인은 대한민국 그 자체다. 교육과정 졸업 이후 장기간에 걸쳐 미취업 상태를 겪는 니트(NEET) 청년이 크게 늘어났고,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은 상당수가 워킹푸어 위험에 처한다. 더 나아가 고용을 유발하지 않는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 재편은 미래 노동시장의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다수 교육기관과 기업집단은 여전히 군대식 권위주의 문화로 고착돼 있다. 뿐만 아니라 통치구조과 선거제도는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고, 한국의 정치는 다수 시민의 사회·경제적 처지와 크게 괴리돼 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일컬어 ‘적폐’라고 부르고,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와 같다면 도대체 엉켜 버린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 것일까. 도무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현실 위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가 이를 수 있는 내면의 의식에는 두 가지 갈래가 있다. ‘좌절’하거나 ‘용기’를 내거나. 청년유니온은 현실 앞에 좌절하기보다는 용기를 내기로 선택한 주체들의 연대를 통한 당사자 운동을 표방하고 지향한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 볼 때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해결 과제는 정부 정책이나 정당들의 정치적 노력, 전문가들의 정책대안, 그리고 기존 운동에 맡겨 그들이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대할 수만은 없다. 청년문제는 지금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이고, 지금 바로 스스로의 삶을 살고 경험하는 우리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제해결에 있어 당사자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문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와 직면하고 해결의지를 간직한 한 사람의 작은 용기가 다른 누군가의 같은 마음과 연결되고, 이 연결망이 공동체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사회 전체로 넓혀질 때, 우리가 함께 기대하고 바라는 사회의 모습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당사자 운동은 얼핏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20세기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은 한국 사회 다수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과 실제 생활경험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식민지배·전쟁·독재로 표현되는 한국의 굴곡진 현대사가 자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세기에 형성·발전한 조직운동의 성격이 사회 다수 구성원들의 생활세계와 유리되는 경향성을 보였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대다수 운동조직의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하면 청년유니온 운동은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닌,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청년유니온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의 절박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지향성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 지향성은 교조적인 원론이나 무조건적인 정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현실세계의 구조변화와 운동 구성원의 상호작용에 발맞춰 유연하게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청년유니온 운동의 주인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관념 속 사회변화가 아닌 실재하는 현실과의 마주침에 집중해야 한다. 운동의 지향성에 기초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여곡절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이 과정의 경험과 고뇌를 동료집단과 목적의식적으로 나눔으로써 청년유니온 운동에 대한 구성원 간 상호이해를 높여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사자 운동의 관점과 철학에 기초할 때 '능동적 활동가'와 '수동적 참여자'라는 인식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되며, 청년유니온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주인이라는 평등·존중·환대의 감수성으로 공동체를 가꿔야 한다.

강조하지만 당사자 운동은 선언되거나, 특정한 어느 시점에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간 상호신뢰에 기초한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 속에서만 당사자 운동은 본연의 가치를 구현해 나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청년유니온의 미래를 묻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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