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가 지난 7일 정기총회를 열고 “인기영합 식 정책을 지양하고 경제 활성화에 힘써 달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조선일보 3월8일자 경제 2면)

경단협은 전경련·한국경총·대한상의·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단체를 말한다. 경단협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기업규제 입법과 과도한 복지공약에 제동을 걸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건의 공동종범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이 헌법재판소를 불법사찰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조선일보 8일자 6면)

이달 8일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앞엔 수백명의 노인들이 태극기를 들고나와 온종일 "고영태 구속"과 "탄핵 각하"를 외쳤다. 연사로 나온 이는 “탄핵 찬성여론이 31%에 불과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날 나온 연사 대부분이 이런 가짜뉴스를 목 놓아 외쳤다. 가짜뉴스의 진앙을 놔두고 어디서 가짜뉴스 타령인가.

이렇듯 조선일보는 민심과 아랑곳없이 국정원장과 전경련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다. 때론 없는 민심도 만들어 가면서.

이선애 국가인권위원이 이정미 재판관 후임으로 지명되자 모든 언론이 일제히 그의 가정사를 털었다. 중앙일보는 ‘노점상집 소녀가장 헌재 재판관 됐다’(7일자 1면)고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노점상 부모와 셋방 살며 사시 수석’(7일 12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선애 내정자는 1989년 자신의 사시 수석합격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상업주의적 보도태도 고발한다”며 독자투고로 답했다.(한겨레 89년 11월 25일자 6면) 이 글에서 이 내정자는 “수석합격자가 여자이고, 부모가 노점상이고, 어린 시절이 고생스러웠다는 점을 불필요하게 부각시킨 황색 저널리즘의 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수석합격한 미담기사는 일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역기능이 더 많다. 이 내정자는 “이런 미담기사가 사회에 확산될수록 사회의 빈부격차나 소외계층의 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성격의 문제를 개인적 노력의 문제로 환원해 버리는, 잘못된 문제해결 방식이 사회적으로 번지게 되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했다.

불우했던 과거와 수석합격의 영광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 것은 독자들에게 마치 수석합격자가 사법시험을 통해 신분상승의 한풀이를 해냈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이 내정자는 “나는 출세를 위해 사법시험을 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법시험을 준비했다”고 했다. 우리 언론은 28년이 지나도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이선애 내정자는 국가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악화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인권위 의견표명에 반대했고, 지난해엔 서울구치소의 알몸검신 진정도 기각했다. 이를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였다.

어릴 때 가난하고 불우했다고 무조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사람이 되진 않는다. 둘 사이엔 어떤 인과관계도 없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로도 충분히 증명됐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앞엔 늘 ‘고졸’이란 딱지가 ‘가난’처럼 붙어 있지만, 그분의 지금은 결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삶이 아니다. 물론 고졸도 아니다. 그분은 대학원까지 나왔다.

왕년에 가난한 사람을 위해 싸웠던 사람조차 늘그막엔 부자를 위해 맹렬히 자기 삶을 불태우기 다반사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목사도 그랬고, 양성우 시인도, 황석영 소설가도, 정치인 이재오도 그랬다.

그런데 김종인은 뭔데 입만 열었다 하면 기레기들이 줄을 설까.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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