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평택 건설현장에는 사기꾼밖에 없는 거 같아요.”

20여년을 건설현장에서 일한 이아무개(42)씨. 그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께다. 그 뒤 한 달 동안 두 번 해고를 당했다.

팀장은 임금 떼어먹고, 근로계약서 위조 흔적까지

9일 이씨에 따르면 처음 일한 곳은 소방·전기공사를 하는 ㄷ기업이었다. 일한 지 8일 만에 박아무개 팀장이 구두해고를 통보했다. 이씨는 당초 팀장으로부터 일당 12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실제 팀장이 ㄷ기업에서 받는 돈은 한 사람당 14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팀장에게 문제제기를 했는데, 돌아온 것은 해고통보였다.

이씨는 “회사는 팀장의 기술이 좋아 더 많이 준다고 했지만, 팀장은 전기공사를 전혀 몰랐고 장비조차 다룰 줄 몰랐다”고 말했다. 팀장은 단순한 인력브로커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씨는 황당한 사실도 접했다. ㄷ기업 본사에서 준 근로계약서를 확인했는데, 손을 댄 흔적이 보였다. 처음 일할 당시 비워 뒀던 임금란에 누군가 일당 12만원이라고 써 놓았다. 근로계약서 교부확인란에는 하지 않은 서명까지 있었다. 함께 근로계약서를 받은 동료 정아무개(57)씨도 “내 서명이 아니다”고 했다.

이씨는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부당해고를 당하고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고 진정했다. 박 팀장과 회사 간부들은 “진정을 취하하지 않으면 삼성 계열사 현장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씨는 위로금을 받은 뒤에야 진정을 취하했다.

이씨가 두 번째로 들어간 직장은 더 심했다. 내장재 공사를 하는 ㅇ건설. 근로계약서에는 일당 17만원이라고 적었는데 실제 받은 돈은 13만원이었다. 팀장이라는 사람은 한술 더 떠 “일당을 더 깎자”고 요구했다. 그는 거절했고, 이틀 후 “그만두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다시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팀장은 부랴부랴 떼어먹은 일당을 송금해 줬다. 그는 “회사를 두 군데만 다녔는데도 범죄가 판을 치는데, 150개 업체 1만8천명이 일하는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원·하청 업체, 묵인하거나 책임 미루거나

이씨가 겪은 일은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위법행위들이다. 이씨의 팀장이라는 사람들은 형식적으로는 전문건설업체 직원이지만, 이른바 오야지로 불리는 이들이다. 원청인 1차 시공업체는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줄 수 있다. 그런데 하도급업체가 다시 팀장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중간에서 떼어먹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임금체불·중간착취에 해당한다.

중간착취는 팀장이나 반장만 처벌받지만, 임금체불과 불법하도급은 전문건설업체도 처벌대상이 된다. 1차 시공업체인 원청의 경우 불법하도급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확인되면 역시 처벌받는다.

이씨가 처음 일했던 ㄷ기업 관계자는 “이씨 경력이 부족해 일당 12만원을 주기로 사전에 얘기됐다”고 주장했다. 또 “팀장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스로 불법하도급을 했고, 임금 중간착취를 눈감아 주거나 동조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ㄷ기업과 ㅇ건설에 도급을 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측은 “원청이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협력업체 경영에 깊이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금체불이나 팀장의 불법행위를 적극 신고하라고 현장에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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