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사무실 이전기념으로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김영환(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우림건설 회장과 표연수(왼쪽에서 세 번째) 우림건설산업 대표이사 겸 건설기업노조 우림건설지부장. 건설기업노조 우림건설지부

건설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앞장서 파산한 건설사를 재건해 눈길을 모은다. 33년 된 중견 건설사였다가 지난해 8월 파산한 우림건설. 노조 조합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법인을 설립한 뒤 투자자를 찾았고, 공동투자로 회사를 재건했다.

◇"우리가 살리자" 조합원들 의기투합=9일 건설기업노조(위원장 홍순관)와 노조 우림건설지부(지부장 표연수)에 따르면 우림건설이 지난 7일부터 영업활동을 재개했다.

1983년 설립된 우림건설은 과거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권대로 올라서며 건설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국내 부동산 시장 위축과 카자흐스탄 건설시장 진출에 실패하면서 쇠락했다.

2009년 4월 채권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끝내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법원이 지난해 8월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우림건설은 파산했다. 파산 한 달이 지난 같은해 9월 30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해고됐다.

우림건설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건실했던 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한때 20대 주택브랜드에 속한 '우림필유'가 사장되는 것도 아쉬웠다. 지부가 회사 파산 전에 "우리가 우림필유 브랜드를 사겠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넣었던 이유다.

표연수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16명은 조합비와 퇴직연금 등 사재를 털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우림건설산업㈜을 세우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표 지부장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건축업자이자 임대업자인 김영환씨를 찾아가 "회사를 살리고 싶다"고 설득했다. 이들의 재건의지를 확인한 김씨는 '우림건설 살리기'에 동참했다.

지부와 김씨는 공동투자로 '우림필유' 브랜드를 포함한 지적재산권과 매출채권을 인수했다. 우림건설을 재건한 것이다. 우림건설 회장은 투자자 김씨가 맡았고, 우림건설 최대주주인 우림건설산업 대표이사에는 표 지부장이 취임했다. 이른바 종업원지주회사인 셈이다.

우림건설은 지난 7일 임직원 모집공고를 냈다. 자격요건은 딱 하나다. '우림건설 출신 임직원'이면 된다. 표 지부장은 "공고를 낸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 고민 중"이라며 "회사를 그만둔 OB들을 규합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옛 영광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되살아난 우림건설, 건설업계 희망 되나=건설업계는 우림건설 재건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벽산건설·성원건설 등 숱한 건설사들이 파산의 길을 걸었지만, 노조가 중심이 돼 법인을 세우고 투자자를 찾아 재건을 시도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파산하면 전 조합원이 해고되기 때문에 노조가 조직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며 "2014년 파산한 벽산건설의 경우 노조(벽산건설지부)가 파산재단에 남아 채권관계를 정리하고 마무리를 담당하긴 했지만 우림건설지부처럼 재건을 시도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홍순관 위원장은 "건설사들이 위기에 처해 회생절차를 거치고 파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며 "우림건설지부 사례가 포기하지 않고 노조를 중심으로 뭉치면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우림건설의 성공적인 재건이 업계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나아가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에 희망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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