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고법 2017.2.10 선고 2014나48790·48806·48813·50458·50465·50472 근로자지위확인 등


1. 사안의 쟁점

피고 회사는 화성시·광명시 소하동·광주광역시 소재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과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로서 사내협력업체와 ‘자동차부품 생산 또는 일부 자동차 생산공정’에 관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들은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해 화성공장·소하리공장·광주공장에서 차체공정·도장공정·의장공정(조립공정)·소재제작공정(엔진제작공정·범퍼제작공정)·생산관리업무·출고업무(PDI공정)·포장업무(KD공정)를 담당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2조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위 법에서 정한 ‘사용사업주’에 해당하는 피고 회사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을 계속 사용했으므로, 1) 2005년 7월1일 이전 입사 근로자의 경우 옛 파견법 제6조3항 본문에 따라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에 파견근로자인 원고들과 사용사업주인 피고 회사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됐다며 원고들은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 대해 근로자지위의 확인 및 임금차액 청구를 했다. 2) 2007년 7월1일 이후 입사 근로자의 경우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1항에 따라 2년의 사용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에 사용사업주인 피고 회사는 위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므로 주위적으로 피고 회사에 대해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직접고용 의사표시의무의 이행을 구했다.

본 사안의 쟁점은 피고 회사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옛 파견법 제2조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됐는지 여부 등이다.

2. 원고들과 피고 회사 간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

1) 대상판결은 원청 사용자의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에 주목했다. 굴지의 자동차 전문 생산 회사인 피고 회사는 작업자와 관계없이 빨리 효율적인 방법으로 같은 성능의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표준적인 작업방식’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공장별·차종별로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UPH·M/H를 정한 다음, 다시 공정을 세분해 세부 공정별로 분·초 단위의 택트 타임을 정하는 방법으로 표준공수를 정했다. 노조와 협의를 통해 먼저 정규직 근로자에게 세부 공정을 배분한 다음 나머지 공정을 외주화하기로 하고 사내협력업체와 각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내협력업체 담당 공정이 결정되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구체적인 작업내용·작업인원·작업위치·작업기간 등이 정해졌고, 사내협력업체는 피고 회사와 비교할 때 경제적·기술적으로 열위에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작업내용·작업인원·작업위치·작업기간을 결정하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업무분장이나 작업지시 등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피고 회사는 사내협력업체를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작업지시와 감독은 연속공정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원고들의 공정은 피고 회사에 의해 조작되는 메인 컨베이어벨트 공정(직접공정),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핵심부품을 제작한 다음 의장공정(조립공정)에 공급하는 공정(소재제작공정) 또는 메인 컨베이어벨트의 의장공정(조립공정)에 따라 실시간 부품을 서열해 납품하는 공정(품질관리업무), 일정한 라인에 따라 완성된 자동차를 검사하는 공정[출고업무(PDI 공정)]이다. 비교적 메인 컨베이어벨트 공정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포장업무(KD 공정) 역시 일부 공정은 라인으로 연결돼 있고, 포장할 부품의 인수→검수→포장→검사 과정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며, 구체적인 업무량이나 작업방법 역시 피고 회사의 포장 계획에 좌우되는 바, 결국 자동차 생산공정은 피고 회사의 자동차 생산계획에 따른 작업시간과 속도·생산량에 따라 진행되는데 이와 같은 결정권한은 전적으로 피고 회사에 있다는 점에서 피고 회사는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벨트의 조작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2) 원고들이 피고 회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와 관련해 ① 이른바 직접공정[차체공정·도장공정·의장공정(조립공정)]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전후 또는 경우에 따라 좌우에서 세부적으로 분업화된 공정을 나눠서 처리했던 것에 불과하고,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은 모두 선행 공정을 기초로 후행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선행 공정을 배제하고 후행 공정만 처리한다거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을 배제하고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만 따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② 간접공정인 생산관리업무의 경우 의장공정(조립공정)의 작업속도와 작업량에 따라 서열속도와 작업량·작업내용이 결정됐는데, 오서열로 인해 컨베이어벨트가 중단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서열의 정확성과 속도에 따라 컨베이어벨트의 중단 여부나 속도가 결정되기도 했고, 생산관리업무 담당 사내협력업체의 교육 자료를 보더라도 생산관리업무가 의장공정(조립공정)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또한 포장업무(KD 공정)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각각의 작업위치에서 인수→검수→포장→검사 순에 따라 함께 업무를 분담해 처리했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같은 라인에서 정규직 근로자 담당의 소물 포장에 관한 마무리 작업을 했던 것처럼, 같은 업무를 분담하기도 했는 바, 작업속도나 작업량 역시 직접공정의 작업속도와 작업량에 비례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모든 자동차 생산공정은 ‘한 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 공정에 불과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은 하나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 회사 또는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과 직접적·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것으로서 피고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3) 사내협력업체가 근로조건이나 근태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우선 파견법상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한테서 각각 지휘·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으므로 근로조건이나 근태관리 등이 전적으로 사용사업주의 지배 또는 통제하에 있는 경우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은 결정권한이나 관리권한이 본질적으로 어느 사업주에게 유보됐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 각 위탁계약상 도급금액은 이른바 ‘임률도급 방식’에 따라 정해졌는데, 피고 회사는 업무 형태와 세부 작업공정을 기초로 등급을 구분한 다음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1인을 기준으로 평균 시급·월급·상여금·연차 등을 합한 월평균 소득에 퇴직금충당금·법정비용·복리후생비용 등을 합한 금액을 기초로 정해졌다. 또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무시간·휴게시간, 연장 및 야간근로, 교대제 등 근무형태, 휴가일정은 모두 피고 회사의 생산계획이나 컨베이어벨트 운영 등에 전적으로 좌우됐다. 사내협력업체가 피고 회사의 생산계획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특근계획을 수립할 수 없었고, 단지 피고 회사의 특근계획 또는 생산계획에 따라 근무인원을 정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비록 근로자 선발 등과 관련해 사내협력업체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 및 관리권한은 본질적으로 피고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상과 같이 대상판결은 원청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했는지, 근로조건 결정권한이 있는지, 담당업무 특성은 어떤지, 협력업체 독립성이 있는지 등 다섯 가지 측면의 판단표지에 근거해 피고 회사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옛 파견법 제2조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원청이 사내협력업체들과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은 도급계약의 외양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파견법에서 정한 ‘파견근로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사용사업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대상판결은 기존에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던 현대자동차 직접생산공정(차체공정·도장공정·조립공정)뿐만 아니라 소재제작공정(엔진제작공정·범퍼제작공정)·생산관리업무·출고업무·포장업무 등 간접생산공정에 대해서도 모두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공정은 하나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과 직접적·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와 일렬로 나열해 협업하거나 직접공정과 직접 연계해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봤다. 다만 원청 회사의 정년이 도과된 경우 근로자지위확인 및 정년 이후 임금 부분에 대해 확인의 이익이 없음을 이유로 각하했는 바, 정규직 단체협약 규정상 정년을 도과한 후에도 피고 회사의 명시적·묵시적 동의 아래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해 온 경우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로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근로자지위확인의 이익 및 실제로 근무한 기간에 대한 임금 차액 지급의무가 있다는 제1심 판결이 타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상고심에서 다툼이 될 예정이다.

대상판결은 수백명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집단소송이다. 그동안 몇 차례 소송을 통해 자동차 일부 생산공정에 대한 불법파견이 인정됐는 바, 대상판결은 자동차생산과정에서 차체에서부터 도장·조립·검사·방청·생산관리·차량운송·제품포장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완성차를 생산하기 위한 일련의 유기적 과정으로 결합돼 있고, 불법파견의 판단표지에 있어 각 공정에 대한 평가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자동차 생산의 거의 모든 공정에서 도급계약·위탁계약 등의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내하청이 실정법에 위반되는 불법파견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2004년 자동차공장의 불법파견이 사회적으로 문제된 이래로 무려 13년이 지났건만 제도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바, 본 판결은 향후 간접고용 비정규직 제도개선의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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