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동현장에 더욱 밀착하고 시민·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찾아가는 노동교육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고 지자체 중 독보적인 노동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시발로 생활임금·노동권익센터·노동시간단축·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그럼 누가 이 일을 추진하고 있을까. 서울시에는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일자리노동정책관이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무교동청사에서 유연식(51·사진)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을 만났다. 서울시는 2012년 9월 전국 최초의 노동전담조직인 노동정책과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한시기구인 일자리노동국을 거쳐 같은해 8월 정규기구인 일자리노동정책관을 출범시켰다.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독립적 지위의 노동전담 조직체계를 갖춘 것이다. 일자리정책담당관·노동정책담당관·사회적경제담당관에 7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유연식 정책관은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93년 강서구·구로구를 거쳐 96년부터 서울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2년 여성가족정책담당관을 지내 여성일자리 업무에도 정통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서울시 노동정책

- 박원순 시장 체제 들어 서울시 노동정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년간 서울시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노동정책 분야는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거에는 노동정책이 거의 없었다. 노동 관련 업무는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그래서 지자체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있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생활임금 도입 등 다양한 노동정책을 생산·시행했다. 노동자 권익향상과 관련해 많은 것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재작년 4월에는 61개 과제를 담은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 대표적으로 내세우고 싶은 노동정책은.

“2012년 지자체 최초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하고, 우리 사회와 다른 지자체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 일자리노동정책관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보완할 점이 있다면.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노동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책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 인력과 조직을 늘리면 더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권익보호과를 신설하면 더 많은 현장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5년, 그리고 현재 진행형

- 올해 5월1일이면 서울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5주년이 된다. 현장에서는 고용안정만 됐을 뿐 임금·노동조건이 그대로라는 불만이 나오는데.

“지난해 8월 ‘서울시 노동혁신 대책’을 통해 18개 과제를 내놓고 정규직 전환자와 기존 정규직 간 승진·임금·복리후생·노동환경에서 차별이 없도록 연차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5년간 8천68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앞으로도 정규직화를 추진할 것이다.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는 원칙적으로 정규직화하고 있다. 매년 실태조사를 거쳐 정규직화 대상을 발굴한다. 올해도 400~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 120다산콜재단이 4월에 출범한다. 서울시가 재단을 통해 민간위탁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방식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고용승계 논란도 있었는데.

“소통과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합의에 도달했다. 상담사 전원 고용승계가 원칙이다. 정원은 450명이다. 간접고용을 재단을 통해 정규직화하는 모범사례다. 감정노동자 권익개선과 신분안정을 위해 노력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간접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인데.

“구의역 사고 뒤 투자·출연기관 외주화 사업 중 생명·안전업무를 정규직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 796명 중 786명을 정규직화했다. 3월까지 정규직 전환을 완료할 방침이다.

아직도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간접고용이 적지 않다. 현재 시본부와 투자·출연기관에서 이뤄지는 간접고용 사업이 1천942개다. 정규직화가 필요한 부분을 발굴해 정규직화를 추진할 것이다.”

올해 1조원 투입해 32만개 일자리 창출

- 올해 일자리 32만개 창출 계획을 밝혔다. 청년일자리와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담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1월에 ‘서울시 일자리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역대 최대 예산인 1조원을 투입해 32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청년예술인·뉴딜일자리 등의 부문에서 일자리 4만개가 추가됐다.

좋은 일자리는 정규직·생활임금·복지환경 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32만개 일자리 모두를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 부분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딜일자리의 경우 올해부터 생활임금 이상을 주고 유급휴가 같은 근로조건에서 차별하지 않는다.”

- 서울시 산하기관 두 곳에서 노동시간단축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의료원과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노사 합의를 거쳐 연간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대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그에 필요한 재원은 노동시간단축으로 절감되는 초과노동수당분으로 상쇄할 것이다. 추가적인 계획을 세워 내년에는 전체 투자·출연기관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 산하기관에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는데.

“근로자이사제는 1951년 독일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스웨덴·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노동자의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경영에 접목시켜 경영투명성과 공익성을 확보하고 대시민 서비스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서울연구원에 최초의 노동이사가 임명된 상태다. 다른 투자·출연기관에도 노동이사를 임명할 것이다.”

서울형 노동정책 모델 확산 주력

- 서울시가 노동권 보호·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감독권한이 없는 지자체로서 한계도 있을 것 같다. 제도·정책 개선을 제안한다면.

“공공부문에서는 많은 노동조건 개선이 있었으나 민간부문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추진과 확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근로감독권이 지자체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사업장이 많다. 근로감독권한을 지자체에도 달라고 중앙정부와 국회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과도적으로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협력체계를 마련해 근로감독관 부족을 보완하고 근로감독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 ‘생활임금+근로자이사제+비정규직 정규직화+노동시간단축’을 골자로 하는 서울형 노동정책 모델 확산에 힘을 쏟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가.

“서울형 노동정책 모델을 한마디로 말하면 좋은 일자리다. 임금에서는 생활임금, 고용에서는 정규직, 노동시간은 감소, 노사관계에서는 상생하는 일자리다. 남은 과제는 더 많은 지자체와 민간부문까지 확산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민과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겠나. 서울형 노동정책 모델에 관심을 표명하는 지자체는 광주광역시와 충청남도, 경기도 안산·성남시, 충남 아산시가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스웨덴·대만에서 관심을 보였다.”

- 서울시 일자리위원회가 2015년 8월 출범한 뒤 1년 반 동안 활동하고 있다. 어떤 성과를 거뒀나.

“일자리위원회는 시민을 위한 일자리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민관거버넌스다. 노동계·학계·기업·공공기관이 참여해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까지 본회의를 6회, 실무회의를 10회 했다. 8일에는 7차 본회의가 열린다. 올해 수립한 일자리정책을 보고하고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사업계획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 이달 중 2017년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면.

“2014년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매년 보강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존중 문화 정착과 노동자 권익보호와 관련해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권익을 침해당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올해는 제도권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노동자를 위한 진일보한 대책을 마련하고, 노동복합시설 건립을 통한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겠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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