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단체가 국가정보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7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기·남재준·원세훈·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한국문화)예술위의 정부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점 지적' 보고서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을 증거로 제시했다. 업무수첩에는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2014년 10월2일),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 필요'(2015년 1월2일) 같은 문구가 기록됐다.

예술행동위는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국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동향과 정보를 파악해 문광부의 블랙리스트 작성에 도움을 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태호 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은 "국정원은 그간 자행한 수많은 공작정치와 위법적인 국내문제 개입을 넘어 지금도 헌법재판소 사찰, 관변집회 지원 같은 탈법을 일삼고 있다"며 "국회는 국정원의 공작정치 실상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고 사법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술행동위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8천여명의 문화예술인과 300여개 문화예술단체가 함께하는 연대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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