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지난해 5월부터 대리인단을 통해 직업병 피해보상 관련 비공개교섭을 하고 있지만 논의가 8개월째 원점을 맴돌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직업병 피해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반올림이 교섭에서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2015년 9월 이후 교착 상태인 교섭을 정상화할지 주목된다.

반올림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반올림과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측은 지난해 1월31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 중재로 다시 만났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가 함께했다.

양측에 따르면 2015년 8월 삼성전자가 조정위의 공익법인 설립을 거부하고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어렵사리 다시 만난 양측은 대리인단을 선임해 교섭을 하기로 했다. 반올림은 직업병 보상기준을 마련해 삼성전자가 설립한 보상위에서 배제되는 피해자 보상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대리인단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교섭을 진행했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과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 업무가 몰리면서 같은해 12월까지 교섭이 중단됐다.

삼성전자에 의하면 대리인단은 올해 1월 말과 2월 말 만나 의견을 나눴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반올림은 폐암·갑상선암·불임 등 질병을 보상대상에 포함하고 협력업체에 근무한 노동자도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삼성전자에 전달했다.

반올림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보상위를 통한 피해보상이라는 이전 입장을 고수하고 대리인에게 입장을 설명하지 않아 교섭에 진전이 없는 것”이라며 “(보상위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금 액수가 적은 데다 보상대상 질병과 대상자도 좁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리인단 교섭에서 반올림이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아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며 “대리인단 교섭에 사사건건 관여하지는 않지만 회사 입장은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은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기일이다. 황씨는 2007년 3월6일 사망했다. 올해 1월14일 숨진 김기철(삼성전자 화성공장 협력업체)씨를 비롯해 삼성전자에서 직업병으로 숨진 피해자는 79명이다. 반올림은 이날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1만1천299명의 서명을 회사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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