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지난달 28일 변론절차 종료 뒤 2일 첫 평의(評議)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계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일, 늦어도 13일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이끈 촛불시민들은 집회에서 켜켜이 쌓인 폐단을 일소하라고 요구했다. 탄핵 심판 뒤 이어질 대선정국에서는 적폐 청산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동학 교주 최시형 선생은 “밥은 하늘”이라고 했다. 우리 시대 말로는 “노동은 밥이요, 하늘”이다. 노동 바로 세우기는 국민경제를 살리는 첩경이다. 때문에 노동적폐 해소는 곧 시대정신이다. 노동적폐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정경유착으로 탄생한 노동개악 정책도 함께 탄핵을
강훈중 교육선전본부장

▲ 강훈중 교육선전본부장

한국노총은 지난달 23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재벌부패 박근혜 정권 심판, 친노동자 정권 수립’을 목표로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대선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당선을 위해 전 조직적 실천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지난 4년간 박근혜 정권에 의해 자행된 노동적폐들을 청산하고 노동의 땀과 노력들이 존중받는 평등 복지국가를 실현하자는 의지 표현이다.

박근혜 정권은 4년 전 비정규직 감축과 차별철폐 같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당선 이후 약속을 저버리고 노동탄압과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해 왔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비정규직 확산법을 발의했고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제도, 노동조합이나 과반수 노동자 동의 없이 사용자가 마음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가능하도록 한 2대 지침,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통한 노사관계 개입과 노동기본권 침해 등 노조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박근혜 정권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노동개악 정책을 강행했지만 애초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먼 내용들이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비정규직 감축과 차별철폐, 최저임금 대폭인상 등 임금소득 주도 성장정책을 통해서 가능한 일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권은 역행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청와대가 앞장서서 재벌대기업에서 774억원의 자금을 모금했다는 사실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와 국회청문회를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 정책들은 재벌대기업이 제공한 뇌물의 대가로 봐야 하며, 부패한 정경유착을 고리로 만들어진 노동개악 정책들은 박근혜 정권 탄핵과 함께 마땅히 청산돼야 할 노동적폐들이다.


노동 1.5권 시대, 노조 못하게 하는 사회 개혁하자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노동 3권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1.5권의 시대다. 차별과 불평등은 법과 제도에 의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노동적폐는 비단 박근혜 정권에서 새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오랜 자본 중시-노동 천시, 성장 우선-노동권 뒷전 정책의 결과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노동시장 적폐로는 너무 많은 비정규직 고용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의 장시간 노동을 꼽을 수 있다.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히 제한해서 양산되는 것을 막고, 기존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고 촉진할 필요가 있다.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비정규직 권리보장, 법정 최저임금 1만원 같은 저임금 해소정책과 함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노동시간의 대폭 단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관계 적폐도 개혁해야 한다. 노조는 자본주의 노사관계에서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그러나 자본에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은 지금 노사관계가 처한 현실이다. 노조를 만들기 위해 해고를 감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노조를 파괴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숱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도 자본을 처벌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천민자본, 야만의 사회가 됐다. 그래서 적폐 중의 적폐인 노동악법을 전면 제·개정해야 한다. 교사·공무원은 물론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노동 3권 전면 보장, 파업 등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가압류 금지, 복수노조 교섭권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부당노동행위, 불법행위 사용자 엄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이 그것이다.


불법·탈법적 노무관행 뿌리 뽑아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양극화를 해결한다든가 소득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취약계층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노동권이 됐든 근로기준이 됐든, 아니면 사회보험 보장이든 사용자들은 있는 법부터 제대로 지켜야 한다.

우리 법에서는 임금체불을 금지하고, 산업안전과 사회보험을 보장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용자의 귀책이 있어도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사법처벌은 물론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며 노동법원과 노동검찰을 설립해야 한다.

노동권 침해도 심각하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손해배상·가압류가 남발되고 용역깡패들이 무분별하게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도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만 처벌받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노동법원 설립과 노동검찰제 도입이 필요하다.


시간·임금·퇴직금 꺾기는 3대 알바노동 적폐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벌어지는 3대 꼼수이자 노동적폐가 바로 임금·시간·퇴직금 꺾기다. 15분 임금 꺾기는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롯데시네마에서도 30분 단위 임금 꺾기가 행해지고 있다. 퇴근시간을 넘겨 일해도 30분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을 받지 못한다. 10분·20분어치 임금이 적은 금액 같지만 알바 노동자들에게는 소중한 노동의 대가다.

시간 꺾기도 문제다. 퇴근시간이 저녁 6시까지라도 사업주는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알바 노동자를 4시에 퇴근시킨다. 2시간에 대한 임금은 주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퇴직금 꺾기도 한몫한다. 대부분 알바 노동자는 10개월·11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해커스어학원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3개월·4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체결했다. 알바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보다 쉽게 쓰고 버리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알바노조는 알바 현장에서 일어나는 3대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꼼수방지 진정단을 모아 고용노동부에 대규모 진정을 넣을 예정이다.


업체 간 과당경쟁, 노동자만 피해
이해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장

▲ 이해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장

통신·케이블업체의 과당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쟁으로 설치·수리기사들이 입는 피해는 적지 않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모든 업체가 가입자 유치경쟁을 한다. 가입자 한 명이라도 늘리기 위해 업체는 영업에 많은 비용을 쓴다. 할당된 사은품 이상으로 물량공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협력업체마다 할당량을 채워야 영업 점수를 높게 받는다. 점수를 잘 받아야 업체가 원청에서 받는 돈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업체마다 영업 실적을 좋게 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 셈이다. 통신케이블 하청업체들은 설치와 AS비용만으로 절대 적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 쓸 돈을 끌어다 영업에 쓴다. 기사들 처우개선은 뒷전이다. 매월 물가는 올라가는데 기사들 처우는 그대로다.

고객이 기사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평가기준이 없다 보니 기사들이 맡은 구역에서 장애가 몇 건 있었는지. 처리해야 할 AS 신청이 몇 개나 남았는지로 기사들을 평가한다. 가입자들은 서비스 점수를 매기는데 어떤 가입자들은 이유 없이 낮은 점수를 준다. 기사 평가는 임금에 반영된다. 기사가 매월 250만원 정도 받는다면 업체는 200만원만 주고 나머지 50만원은 점수에 따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평가를 무조건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업계의 오랜 적폐인데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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