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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발전노조 파업 이끈 이호동 발전노조 초대 위원장] “발전사 한 번 상장되면 민영화 질주 멈출 수 없다”
▲ 정기훈 기자

2002년 2월25일 철도·발전·가스부문 노조가 공동파업을 했다. 공공부문 민영화에 맞선 투쟁이었다. 올해 공동파업 15주년을 맞았다.

당시 발전노조 파업을 이끈 이호동(52·사진) 초대 위원장을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 <매일노동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전 위원장은 “발전사 가운데 한 군데라도 증시에 상장되면 민영화까지 쾌속질주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중단하지 않으면 도미노처럼 민영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정교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노조가 대응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15년간 민영화를 막은 저력이 있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5년간 한국 사회 공공부문 민영화 막아 낸 파업”

- 벌써 15년이 지났다. 2002년 당시 2월25일부터 38일간 발전노조 파업을 이끌었는데.

“발전노조 파업 15주년이기도 하고 철도·발전·가스 3개 산업 3개 노조의 공동파업 15주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 공공부문 민영화를 막아 내는 계기가 된 파업이었다. 그 후 15년 동안 몇 차례 민영화를 재추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좌초시켰다. 15년간 민영화 막아 내는 계기가 됐던 파업이었다.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전력부문 민영화를 추진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 특별법이 제정됐다.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그때 민영화를 반대하는 쪽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밀어붙였는데 파업 과정에서 국민의 86%가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이 찬성하던 민영화였는데, 투쟁으로 여론을 180도 바꿔 놓은 것이다. 민영화는 중단됐다.”

-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어떻게 보나.

“에너지 공공기관 민영화 방안이 지난해 6월14일 발표되고 다음달인 7월 철도 민영화 추진안이 나왔다. 15년 전 막아 낸 철도·발전·가스 민영화를 박근혜 정권이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공기관의 뼈대가 되는 주요 정책을 뒤집는 일대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에 이어 10월29일 촛불항쟁이 시작되면서 박근혜 정권은 식물정권이 되지 않았나. 그럼에도 민영화 본격 추진을 의결해 버렸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기 전날인 12월8일에는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상장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이는 경악할 만한 일을 벌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전력판매·가스 도매·화력발전 정비 분야의 민간개방을 확대하고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을 상장한다고 밝혔다. 같은해 12월에는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2017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상장하고 남부·서부·중부발전은 2019년까지 상장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전KDN·한국가스기술공사는 2020년까지 상장을 추진한다. 지분의 최대 30%를 상장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이다.

“혼합소유제는 단계적 민영화”

- 정부는 전체 지분의 20~30%를 상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30% 상장이 민영화인가.

“정부와 민간이 혼합소유제를 통해 적절하게 지분을 소유하면서 경영을 효율화한다는 미사여구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공기업 지분의 51%만 민간에 넘어가면 민영화다. 정부 지분 49%가 있더라도 민영화되는 것이다. 그때도 민영화된 혼합소유제다. 민영화가 되는 포인트는 51대 49다.

민영화가 아님을 강변하기 위해 혼합소유제라고 주장하는데, 논리적 허점이 있다. 그러려면 절대로 51% 이상은 넘기지 않겠다고 밝혀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지금은 30%만 상장한다는 것이고 추가로 21%만 상장하면 민영화가 된다.

과거 한국통신과 포항제철이 이 같은 단계적 방식으로 매각됐다. 한꺼번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은 이미 중단됐다. 이제는 단계적 민영화 방식이다. 정부의 혼합소유제 주장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없다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게다가 발전 5개사는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그런 회사 지분을 30%씩이나 증시에 상장하면서 혼합소유제이니 민영화가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행태다. 10%만 상장해도 민영화 출발로 볼 텐데 30%씩이나 민간에 매각하면서 혼합소유제라고 우긴다.”

- 혼합소유제로 발전사 지분이 51% 이상 매각되면 어떤 문제가 있나.

“한국통신이 KT로 바뀌고 포항제철이 포스코로 바뀌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전력부문은 산업적 특수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남북이 분단돼 있어 전력계통 운영상 특수성도 있다. 원료수입과 전력계통 운영에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철강이나 통신은 대체재가 있다. 철강 품귀현상이 나타나면 수출을 못하는 정도의 어려움이 생기지만 전력은 그렇지 않다.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차원이 다르다.”

“식물정권에서 민영화 추진? 가당찮은 일”

- 노동계의 상황인식은 어떤가.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려 내고 저지해야 한다.

올해 두 개 회사만 지분 30%를 상장하는 거니까 일단 긴장감이 덜하다. 그게 민영화 추진론자들이 노리는 것이다. 경영권 매각방식은 전면적인 저항이 불가피하니까 부분적·단계적 전술적으로 변환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 놓고 30%에서 21%만 넘기면 경영권이 넘어가는 거니까. 한 번만 넘기면 민영화되는 것이다.

15년간 전력산업 공공성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토대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행위다. 전력이 뚫리면 나머지 공공부문도 무너진다. 거대한 음모이고 대단히 정교한 전술적 전환이다. 우리쪽에서 방어하기 쉽지 않은 민영화 공세다.

발전노조는 국회 앞 선전전을 하고 유인물을 배포해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민영화 추진은 현재 상태에서 중단하고 새 정부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식물정권에서 뭘 추진한다는 것인가. 가당찮은 일이다.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입안 과정에서 공공성에 기반을 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 앞으로 노동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난 15년간 국민이 보여 줬던 전력·가스·철도 공공기관 민영화 반대여론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국민 여론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재확인하는 것은 고통스럽더라도 필요한 과정이다. 노조는 다양한 투쟁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철도노조처럼 파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 여론을 정부가 확인하도록 만들어 내는 전술이 필요하다. 정치권에 대한 요구와 압박, 대국민 홍보를 해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어려움을 극복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잘하리라 믿는다. 현재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민영화 저지 공동행동 재가동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호동 전 위원장은 지난달 20일부터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민영화 추진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매일 1인 시위를 하겠다”며 “국회가 민영화 정책 전면폐기를 선언하고 에너지 공공기관의 바람직한 소유구조와 운영방식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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