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민주노조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1970년대 민주노조는 노동자들이 세운 노조를 말하는 것이었다. 노조 위원장을 사실상 회사가 임명하고, 노조간부는 관리자이며 노조가 현장을 통제하는 기구이던 시절, 노조간부를 노동자들 손으로 뽑고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노조의 이름이 '민주노조'였다. 그 민주노조를 위해 노동자들은 똥물을 뒤집어썼고 해고를 당하고 구속됐다.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에 따르는 것은 정말 소중한 노조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2017년 지금도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지키는 노조'는 모두 민주노조일까? 지금도 창조컨설팅 같은 노조파괴 전문업체들의 구상대로 만들어진 회사노조는 많지만, 그런 어용노조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함께 세운 노조라고 해서 모두가 민주노조인 것일까.

세상이 변했다. 87년 이후 많은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정부와 기업의 탄압을 견디며 살아남은 노조 중에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노조들이 많았다. 산업 전체가 대기업 중심의 하청계열화 방식으로 재편되면서 하청업체들은 대기업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 노조는 업체 폐업과 이전 등으로 무너져 갔다. 그리고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기업들은 외주화를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았다. 10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1%도 되지 않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3%도 안 된다. 노동자들은 갈라졌고 낮은 위계의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만들 권리를 박탈당했다. 기업과 정부가 그것을 제도화했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게 돼 버렸다.

이런 현상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다. 노동자를 권리에서 배제해 버린 것은 기업과 정부이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서로 상처를 입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때로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파괴하는 대체인력이 되기도 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차별에 고통을 당하고 적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왜 이런 현실이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현상만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분노와 불만이 발생하고, 기업은 이것을 이용해 현장을 통제하려고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 순응하거나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의 잘못이다. 노조는 노동자 전체를 지킴으로써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비정규직인 자동차 대리점 영업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금속노조 가입을 요청했다. 그런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의 반대로 9개월 동안 승인이 미뤄지고 있다.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대리점의 할인판매 등 불법영업이 많았고 이에 대한 규제와 대리점 폐쇄가 중요한 요구”라는 이유로, 대리점 노동자들이 같은 조합원이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대리점 영업노동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기 조합원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과 정부의 분할전략을 승인하는 것이며, 그 이익은 장기적일 수 없다. 대리점의 불법행위가 문제라면, 대리점 노동자들과 함께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싸워서 직접고용을 확장해야 할 일이다. 이제야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뭉쳐 경쟁과 불법영업을 부추기는 영업정책을 되돌릴 호기다.

비정규직인 자동차판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듦으로써 인간선언을 했다. 금속노조는 가입 승인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촛불광장에서 스스로 주권자임을 선언한 시민들이 확장되는 지금, 이제 일터에서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 많은 이들을 조직해야 하고 그 힘으로 금속노조도 노동자 권리 확대를 위한 힘을 가져야 하고 대공장을 산별교섭에 나오도록 강제해야 한다. '민주노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산별노조를 건설한 금속노조가 누군가를 배제하고서 힘을 가질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당장의 이익 때문에 흔들리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해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다시 ‘민주노조’를 생각한다. 불안정노동의 시대, 노동자들이 위계화되고 갈라져 있는 지금, 현재 ‘조합원’인 노동자의 이해만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 노조는 결코 민주노조가 될 수 없다. 말 그대로 자본의 통제에 순응하는 노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원’인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넘어 전체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생각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미래의 희망을 고려하며 싸워야 ‘민주노조’다. 함께 싸워 함께 이기는 노조가 민주노조다. 지금은 계급적 단결과 연대성이 있을 때에만 민주노조라 부를 수 있다. 금속노조가,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가 판매연대 노동자들의 가입을 승인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를 바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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