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대통령이 없다. 곧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4개월이나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나름 잘 가고 있다. 기우였다. 오히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만 보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그즈음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그동안 워낙 불황였던 탓도 있지만 주가도 무역도 호조다. 역대 세 번째로 코스피지수가 2천100을 경신할 것이라거나, 수출입 물량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에서의 봄맞이 기대를 갖게 하는 뉴스가 늘고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경제 분석가들에 따라서는 불황형 흑자가 아닌 제대로 된 성장으로 접어들었다고도 한다.

단면만을 본 속단일지 모르나 “굳이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요즘이다. 더 깊게는 어쩌면 대통령이 있어 우리 사회가 발휘할 수 있었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지난주 말 현 정부 대통령 임기가 막 4년을 넘겼다. 아니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시점에 이미 그 임기가 끝났다고 봐도 좋다. 돌이켜 보면 지난 4년, 현 정부와 대통령의 존재는 맑은 하늘을 가리는 먹구름 같은 존재였다. 가만히 둬도 잘만 했을 우리다. 그런데 어땠나. 거짓으로 선동하고 편을 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혈안이었다. 혼란한 사회를 즐기는 듯했다. 다행히 사필귀정이랄까. 그가 만든 갈등은 더 날카로운 칼이 돼서 그의 등을 겨냥했다.

노동문제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가능하다. 무지가 한스러울 때도 있었다. 모르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다. 아마 노사는 시장에서 자율로 견제와 균형을 이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무지를 넘어 악의적인 의도로 노동자를 대했다. 노동자를 무너뜨려야 하는 적으로 봤다는 게 더 정확할 게다. 취임 첫해 겨울 민주노총 침탈에서 보여 준 적의감은 지난해 한상균 위원장 구속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철저하게 기업 편에 섰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특검의 주요 수사 내용이 바로 이 정부의 노동개악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대기업을 줄 세우고 정부부처를 이용해 만든 가짜 재단에 기부를 핑계로 뇌물을 받았음이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 4년 동안 해 온 정부 정책은 모두 뇌물 대가일 뿐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우리나라 수사 역사의 개가라 할 만하다.

상상을 초월한 비열한 방법도 서슴지 않았다. 겉으로는 대화를 말하면서 뒤로는 권력기관을 이용한 협박 모의와 시도를 이어 갔다. 지난해 1월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자 청와대는 김동만 위원장 등 한국노총 조직에까지 사적인 영향을 미치려 시도했다. 청와대 수석들의 수첩에서 ‘1. 우호 노총 관리’ ‘노사정위, 노동개혁, 위원장 관리’ ‘2. 노총 비리 압박’ 같은 듣기만 해도 섬뜩한 표현들이 등장한다(시사인 2월28일자). 엄밀히 말하면 이 자체는 범죄행위 공모다.

4년 동안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노동에서는 도대체 한 게 없다. 대표적인 예로 통상임금 문제다. 4년 동안 통상임금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정부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근로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통상임금 문제를 풀기는 쉽지는 않다. 문제는 법대로 풀릴 문제를 노동법에 대한 무지와 나쁜 의도로 막았기 때문에 더 꼬였다는 사실이다. 애커슨 GM 회장에게 한 “통상임금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법원 판결에 맞게 정부 해석을 바로잡으면 그만이었던 문제와 관련해 삼권분립에 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의 혼란이다.

지도자가 없어도 된다거나 극단적인 무정부주의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시기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존재가치를 생각할 때가 됐기에 하는 말이다. 머지않아 또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혹여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저 늘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도자로서 진면목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특히 지난 4년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확고한 철학이 지도자의 제1 덕목이라는 것을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쉽진 않겠지만 과연 그런 이가 있는지 찾아보자.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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