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노조
▲ 이랜드파크

이랜드파크가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 1천700여명의 2월치 급여를 연체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임직원 1만4천725명 중 11.5%의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 23일 김현수 대표이사 명의 공문을 통해 “2월 급여가 일부 지연된다는 어려운 소식을 전하게 돼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본사 직원 급여 전액, 매장 정규직과 계약직은 50%의 급여만 주기로 했다. 아르바이트 직원 급여는 전액 지급된다.

회사는 이른바 ‘15분 꺾기’로 지난해 체불한 아르바이트생 임금 30억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이랜드파크의 설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재계 자산순위 40위를 기록한 이랜드그룹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체불임금 30억원 때문에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6일 <매일노동뉴스>가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이랜드파크 재무제표를 확인했더니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곳간에 돈을 쌓아 두면서 안 줬거나, 무리한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7천252억원, 현금자산 458억원인데 월급 못 준다?

지난해 4월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이랜드파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매출액은 7천252억원이다. 5천88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2014년과 비교해 1천363억원이나 늘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2015년 자본총계는 2천633억원이다. 2014년보다 104억원 증가해 재무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14년보다 98억원 늘어 458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랜드파크의 지난해 매출액이 2015년과 비슷한 7천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회사가 체불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체불임금 84억원 중 30억원을 지급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논리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랜드파크는 2015년 한 해 동안 2천137억원을 임금으로 지급했다. 매달 178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한 셈이다. 매출액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회사라는 것을 감안해도 재무제표로 볼 때 유동성 위기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회사는 지난해 9월29일 이랜드월드에 230억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이랜드월드는 회사 지분 14.6%를 보유하고 있다.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등재돼 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자기자본이 많은 이랜드파크가 유동성이 부족해 임금을 체불했다는 것은 핑계”라며 “유동성을 겪을 걸 알면서 이랜드월드에 200억원을 빌려줬다면 배임죄로 처벌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외식사업부 돈 벌어 호텔·리조트 투자

최근 이랜드그룹은 레저·호텔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10대 호텔기업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랜드파크는 2007년 켄싱턴호텔(여의도), 켄싱턴 플로라호텔(평창) 사업을 개시해 2009년 콘도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0년에는 이랜드월드 여행사업을, 2013년에는 경기도 포천 리조트·스키장 베어스타운을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베어스타운을 운영하는 ㈜예지실업에 114억원을 빌려줬다. 거래 목적은 “운영자금 대여”라고 명시돼 있다. 이랜드파크는 예지실업 지분의 50%를 갖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랜드파크는 2015년 이랜드건설 차입금(39억원)과 자연별곡 신규출점으로 이케이에프제일차주식회사(300억원)·뉴트럴인베스트유한회사(120억원)와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아니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금보충약정은 기업 계열사 간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된다. 2012년 계열사와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가 채무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 사태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편법은 아니지만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랜드는 특히 2015년 서울 우이동 더파인트리앤스파콘도를 1천600억원에, 광릉포레스트컨트리클럽을 300억원에 인수했다. 부실리조트를 인수해 리모델링하는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이랜드파크 임금연체 직원 길들이기용?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이랜드파크의 정규직·계약직의 2월 급여 연체를 회사측의 경고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5분 꺾기를 통한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을 고발했다. 애슐리 아르바이트생의 내부고발로 세상에 드러났는데, 곧바로 정규직·계약직 직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체불한 사실이 알려졌다.

노동부는 회사가 운영하는 26개 외식사업부 브랜드 360개 직영매장에서 같은 방식의 임금체불이 일어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일로 이랜드그룹은 직원들의 임금을 고의로 체불한 ‘블랙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랜드파크는 임직원들의 2월치 급여가 연체된다는 사실을 급여일 이틀 전인 23일에야 통보했다. 애슐리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급여일 이틀 전에 임금이 50%만 지급되는 걸 알았다”고 했다.

회사가 사내 문제를 밖으로 알리는 것과 관련해 경고 성격으로 임금을 고의적으로 연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급여 지급이 2~3일만 늦어도 공과금·카드대금을 내지 못해 직원들 생활에 큰 타격이 발생하는데 중소기업도 아닌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납득이 안 간다”며 “직원이 회사 문제를 외부로 알려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겁을 주기 위해 임금을 일부러 지연지급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고의로 연체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협력업체 대금을 우선 지급하는 과정에서 본사와 매장 직원의 급여를 지연지급하게 된 것”이라며 “3월10일 이전에 빨리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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