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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진 식물정부, 위기의 조선노동자
고용대란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역시나’ 였다. 23일 정부가 내놓은 내수활성화 대책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책의 일환으로 조선업 대형 3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조선 3사는 앞다퉈 인력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선업에 대한 정부 대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6월 수주절벽을 겪고 있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으나 조선 3사는 배제했다. 주로 중소조선소·사내하청·물량팀 노동자에게 감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주에겐 고용유지원금이, 실직 노동자에겐 실업급여 지급이 연장된다.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충당한다. 조선업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조선사는 드물었다. 사내하청 물량팀 노동자 보호대책의 일환으로 피보험자격 확인청구 제도가 시행됐지만 가입실적은 저조했다. 실직한 노동자들이 정부가 세운 조선업희망센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확보한 정부예산에 비해 집행실적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조선업종 피보험자는 전년 대비 3만25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조선업에서 올해 상반기 일자리 감소만 2만7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폐업으로 기댈 곳 없이 쫓겨 난 사내하청·물량팀 노동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명분이라도 있다. 몸집을 줄이겠다고 사내하청은 물론 정규직마저 감원 중인 조선 3사에 대한 정부 지원은 모순이다. 회사 분할을 서두르는 현대중공업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6개로 쪼개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조선은 남지만 로봇(현대로보틱스)·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한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의 2개 자회사도 설립됐다. 회사 분할과 법인 이전은 대규모 감원과 인력 분산을 불러온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분사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은 3세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몽준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현대중공업지부가 27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분사를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분사를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에 이목이 집중됐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도긴개긴’이다. 법인 분할과 자회사 매각을 통한 몸집 줄이기는 조선 3사의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조선 3사 모두 고용대란을 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알아서 하란 식이다. 정부는 뒷짐을 진 채 조선 3사의 감원 칼춤을 지켜볼 뿐이다. 게다가 정부는 고용대란의 원인을 제공한 조선 3사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적어도 정부는 지원에 앞서 조선 3사에 ‘감원자제’를 요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 대책에는 이런 고려가 전혀 없다. 정부가 조선 3사의 감원을 묵인한 셈이다.

정부와 조선 3사의 태도가 변하지 않은 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또한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사 참여를 배제한 채 해당 제도를 운영했으니 애초부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조선업 노동계가 조선산업 발전과 위기 극복을 위한 대화와 협의 틀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마저 외면했다. 고용재난을 막는다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의 취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받았지만 박근혜 정부 정책은 여전히 그대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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