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특검 수사도 그렇고 탄핵 심판도 막바지를 달리고 있습니다. 캐면 캘수록 끊임없이 딸려 나오는, 박근혜·최순실을 중심으로 하는 국정농단을 통한 엄청난 저질의 사익추구 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당당하게 저지른 범죄행위가 밝혀지면서, 국민이 더욱 절망하고 화가 나는 것은 조사에 임하는 박근혜와 최순실 등의 태도입니다. 밝혀진 사실이나 정황만 보더라도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낯빛을 붉히며 아니라거나 모른다고 잡아떼면서 자기들이 임명한 헌법재판관들이 진실을 외면하며 자기편이 돼 주기를 바라거나, 자기들과의 이해관계 속에 있는 수구꼴통 세력의 준동을 기대하며 억지를 부리는 모습이 너무 지저분해서 차마 눈 뜨고 봐 주기가 민망스럽고 짜증스럽기만 합니다.

박근혜가 아직도 남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올해 초에 벌였던 느닷없는 기자간담회에서 보여 준 모습은 정말 구차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사진기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자들이 스마트폰도 휴대하지 못하게 하고, 일방적인 해명과 주장에, 각본에 의한 질의응답 등을 청와대에서 편집한 영상으로 보는 국민의 마음은 한마디로 ‘참담함’ 그것이었습니다. 팔을 어색하게 내저으며 어설픈 연기하듯 더듬거리는 말투며 표정이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어, 쳐다보기가 민망했습니다.

공범인 최순실이 보여 준 연기는 또 어땠습니까. 요 핑계 조 핑계 대며 조사도 거부하고 재판정에도 나오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특검에 조사받으러 나오며 소리치며 보여 준 추태는 정말 가관이었지요. 오죽했으면 곁에 있던 청소노동자가 “염병하고 있네”라고 세 번이나 욕을 했겠습니까. 너무도 어처구니없고 뻔뻔스러워 욕밖에 나오지 않았던 거지요. 그것이 민심이요 국민의 뜻임을 그 똑똑한 최순실이 왜 몰랐겠습니까. 다 다른 꼼수, 속내가 있었던 것이겠지요.

드디어 국정농단의 또 다른 몸통인 삼성 재벌공화국 대통령 이재용도 구속됐습니다. 돈으로 군림하며 돈으로 뭐든지 못하는 게 없던 삼성 이재용이 청문회장이나 법정에서 보인 태도는 너무도 한심하고 비굴해 안타까움을 넘어 동정심까지 자아내게 하는 비참함이었습니다. 자기들의 그 어마어마한 부를 쌓아 준 노동자들에겐 최소한의 권리조차 빼앗으며 노동조합 조직을 아예 못하게 하고, 수많은 하청회사들엔 살인적으로 단가를 후려쳐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지급하게 하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산업재해로 암에 걸려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합당한 보상은커녕 500만원을 위로금이라고 흔들어 대던 그 후안무치의 도도함은 어디 가고, 연방 굽실거리며 “잘 몰랐습니다”를 연발하는 그 비굴함이 오히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모든 이를 비참하게 하고 구역질 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의 최측근에서 똥개보다도 못나게 굴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역겨움을 느낍니다. 새누리당 친박을 비롯한 김기춘·조윤선·우병우·안종범·황교안 등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임을 자처하며, 언제나 권력의 양지에서 금수저로 살아온 자들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자임한 역할이나 보여 준 태도는 ‘어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지’라는 자괴감을 느끼게 합니다. 최소한의 진실성과 자존심마저 내팽개쳐 버린 이들에게 무슨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감옥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그들의 인생은 이미 비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끝나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된 뒤에도, 최순실은 감옥에 갇힌 뒤에도, 조사를 농단하고 재판을 농단하며 온갖 농간을 부리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국민의 촛불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엄청나게 들고일어나리라 믿었던 수구세력의 태극기집회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능멸하며 미쳐 날뛰듯 했지만 그들이 만들어 낸 가짜뉴스처럼 보잘것없는 허상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제 박근혜가 해야 할 일은 조용히 무릎을 꿇는 일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촛불시민들 앞에 용서를 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숨겨져 있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자백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제 발로 특검에 나가 조사받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할 것입니다. 이 길만이 박근혜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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