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산별체제 구축에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산별체제는 산별노조를 가로대로 삼아 산별교섭 체제와 산업·업종 차원의 사회적 대화, 그리고 기업 차원의 경영참가를 배치한 구조물이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2일 오후 보건의료노조가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주최한 ‘산별노조에게 새로운 길을 묻는다’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박태주 교수는 "산별체제를 꿰뚫는 정신은 연대"라고 주장했다.

연대임금으로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연대임금 정책을 강조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공공적 가치를 결합한 공공서비스 노조주의를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산업정책 개입은 물론 사회적 대화, 정치참여를 연대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위기를 맞은 노동운동의 재도약을 위해 산별노조 중심 노동운동이 확대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노조는 1998년 국내 최초 산별노조로 출범했다. 2007년부터 지방의료원·공공·특수목적병원의 사용자와 함께 산별교섭을 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의료 노사는 임금인상분 일부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고, 비정규직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생활임금 운동으로 활력 찾자"

연대임금 정책은 사실 노동계의 오랜 논란거리다. 고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률을 억제하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산업·기업·성별 간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실행할 방법도 도구도 없어 공허한 주장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조응하는 임금체계는 직무급"이라며 연대임금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산별임금체계를 설계하자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사업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대병원과 공공병원 노동자는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중소병원 노동자와 비정규직은 임금인상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추진하자"고 했다.

생활임금 운동을 매개로 노조운동을 활성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는 "산별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이 노조 재활성화의 기반이자 조직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단체교섭을 넘어 지역공동체 노동운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산별 최저임금을 6천570원으로 정했다. 올해 서울지역 생활임금은 8천197원이다. 박 교수는 "산별 단체협약의 효력이 비조합원을 비롯해 산업 전체의 노동자에게 확장될 수 있도록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해야 한다"며 “노조 조직률은 7%인데 95%가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프랑스처럼 산별협약이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저성장 대응 패러다임 주체 돼야”

박 교수는 단체교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사의 단체교섭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노동시간단축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노사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고 하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노조가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응하는 성장 패러다임의 주체가 돼야 선도적인 산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조의 산별교섭 성과를 공유하고 확대하기 위한 산별교섭 법제화와 단체교섭 효력확대가 사회적 의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강제하거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와 2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조법 2조는 노동자와 사용자 정의를 담고 있고, 29조는 단체교섭 및 체결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과)는 직무급 도입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연공급을 지양할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노동시간단축은 기업규모나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하는 게 필요하고 중앙교섭과 지부교섭의 내용을 분리해 지부교섭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노동운동의 경계와 범위를 확장해 신자유주의적인 추세에 대항할 수 있도록 노동운동의 정치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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