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에 직면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37일 만이다. 문 이사장은 이날 제출한 사퇴의 변에서 “공단 임직원의 짐을 덜어 드리는 게 마땅한 도리”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문 이사장은 변호사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2015년 7월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 이사장은 산하기관인 공단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거나 해당 기업으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국민연금공단으로 하여금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바도 결단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연금공단과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 이에 자리에서 물러나 그 짐을 덜어 드리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며 “저로 인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했을 6천여 임직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지부장 최경진)는 문 이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기 전인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 집무실인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이사장 해임을 촉구했다.

최경진 지부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린 이사장은 마땅히 자진사퇴해야 하는데 그동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버텨 왔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공단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부는 지난달 17일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끼친 관련자 전원을 처벌해 달라”며 공단 직원 2천700여명의 서명을 박영수 특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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