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도중 한국신용평가정보노조 위원장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이 눈여겨봐야 할 내용은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개정 상법(안) 제542조의8(사외이사의 선임) ④ 제1항 단서의 상장회사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 위하여 (…)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1인이 포함되도록 구성하여야 하며 제2항5호에 해당하는 자를 위원으로 하여 구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노조의 경영참여 방식이 실제 법으로 입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대주주들의 전횡을 견제하거나 감시하기 위해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면서 우리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참여를 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정도가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경영참여 방식이라고 지난 10여년간 주장해 왔다.

우리사주조합 3곳 중 2곳 활동 안 해

우리나라에는 2천400여개의 우리사주조합이 있다. 그중 한 번 이상 우리사주를 배분한 우리사주조합은 800여곳에 불과하다. 우리사주조합 3곳 중 2곳은 우리사주조합 이름만 있고 실제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2015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문위원들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우리사주조합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면서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번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필자가 주창한 경영참여 방식이 입법으로 확정되는 뿌듯한 순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노조가 선거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을 민주적·자주적으로 운영하고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다시 말해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서 새로운 노동운동 방식으로 노조 경영참여가 자리매김하고 발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한다.

지난해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에서 제한적인 노동자 경영참여가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노조 경영참여의 물꼬를 튼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필자는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노조 경영참여에 관한 책을 썼다. 향후 노동운동의 새로운 수단으로 노조 경영참여에 주목했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에 초점을 맞췄다.

임단투 한계 넘어서는 노조 경영참여

필자가 노조 경영참여를 생각하게 된 것은 현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노조 위원장이 되고 보니 임금·단체협상 투쟁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임단투만으로는 대주주의 경영권 전횡이나 대주주에 대한 감시·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한계를 체험했다. 임단투를 벗어난 실제적이고 전략적인 접근 방식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 노조의 경영참여를 착안했고,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 방식을 떠올렸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를 한다면 재벌 및 대기업 대주주들의 방만하고 전근대적인 경영권 행사를 감시 또는 견제할 수 있고, 노동자가 흘린 땀의 대가를 올바르게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노조가 경영참여를 하게 되면 회사의 경영 재무상황, 지배구조 형태, 이익의 분배 상황을 볼 수 있기에 노동자·사용자·주주 간 소득분배 문제에도 관여할 수 있고, 올바른 소득분배로 노동소득 분배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소득 양극화 해소에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 소득분배 측면에서 경제민주화의 실현인 셈이다.

필자는 노동소득과 분배 측면의 경제민주화를 노조의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와 연결시킨 바 있다(<경제민주화와 노동조합 경영참여> 참조, 2015년 10월, 매일노동뉴스).

노조 경영참여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노조 경영참여 3단계론'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첫째,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감시를 위한 자본참여를 통한 경영참여가 있다. 노조의 지분 매입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을 들 수 있다.

둘째, 이익분배에 대한 경영참여다. 초과이익에 대한 연말 특별상여금 분배를 꼽을 수 있다.

셋째, 회사 전반의 경영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영참여다. 의사결정참여는 가장 성숙한 노조의 경영참여다. 노조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경영참여다. 독일의 노사공동결정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사주조합 통한 매입 방식이 바람직

노조 경영참여 방식으로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노조가 직접 회사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다. 노조 명의로 주식을 사 모을 경우 퇴직 조합원들에게 인출하는 문제, 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 교체시 경영참여 운동의 연속성 보장이 어려운 문제, 사내 노조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 간의 확장의 어려움, 노조 회계와 주식매입 회계의 혼합 문제가 있다.

둘째, 노조가 선거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면서 우리사주를 모으는 방식이 있다. 그럴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목적을 조합원들의 재산증식과 노사협력 증진 등의 소극적인 기능으로만 이해한다면 경영참여 기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사주 취득을 통한 배당금 수령과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 감시자로서의 적극적 기능이 필요하다. 회사 내부 감시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두 가지 방안 중 필자는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두 번째 방식인 우리사주 매입을 통한 경영참여 방식을 권장한다. 노조 명의 지분 매입의 단점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노조 집행부 교체 문제와 조합원들 간 배분·인출 문제가 있다. 노조보다는 우리사주조합이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의 경영참여가 바람직하다. 재산권 귀속 문제를 해결하면서 집행부 교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경영참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신용평가정보노조는 2007년 12월부터 조합원들이 매월 일정액 이상을 출연해 우리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1.3%로, 회사 5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이런 활동은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자본의 이동이 빈번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노조가 임단협 외에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경영참여의 모범사례다.

대주주·경영진 전횡 견제·감시

노조가 임단협만으로 외국의 투기성 자본이나 국내 투기성 자본에 대한 견제·감시를 할 수 있을까? 노조의 임단협으로는 감시·견제가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노조 경영참여다. 그중에서도 우리사주 매입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직장내 민주주의 정립과 사내 부조리·불합리, 사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기업 내부 경제민주화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노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경영참여 운동을 하면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를 통해 임단협을 보완하는 동시에 직장내 민주주의 실현, 올바른 노동의 대가 정립을 통한 초과이익 분배 민주화, 사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추천에 따른 노조의 사내 민주주의 활성화 △소득분배의 양극화 해소 등 경제민주화 실현의 측면과 임금·단체협약에 한정되는 임단투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입법이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우리나라의 많은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여를 활발하게 하고,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는 사외이사가 추천돼 대주주와 경영진의 일방적인 경영활동을 견제·감시하면서 노사관계를 진일보하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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