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음악인의 일도 노동입니다. 우리의 무기인 음악으로 투쟁도 난장처럼 즐겁게 하겠습니다.”

이광석(45·사진) 뮤지션유니온 위원장의 목표는 음악인이 직업인으로 대우받는 것이다. 곡을 쓰고 연주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싶다. 그만큼 음악인들의 노동환경은 척박하다.

"주는 만큼 받으라"는 막말을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연을 하고 돈을 못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무대에 오른 덕에 관객과 팬을 만나고, 직접 쓴 곡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음악인도 엄연한 직업이지만 요즘 세태는 직업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씨는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곡을 통해 이런 현실을 자조했다. “이 직업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마냥 즐겁게만 본다. 무수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엄격한 미소는 요구된다”는 가사가 현실을 드러낸다.

뮤지션유니온은 음악인들의 권리를 찾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됐다. "음악은 노동이다(Music is work)"를 주제로 캠페인을 했다. 2015년에는 삼성전자의 음원 스트리밍서비스 무료화 정책에 반대해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현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뮤지션유니온은 설립 3년여 만인 이달 15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7일 오전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이광석 위원장을 만났다. 뮤지션유니온은 작곡가·연주자 같은 뮤지션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초기업 단위노조다.

“음악도 노동이다”

- 최근 좋은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실용음악학원에서 수개월 동안 임금체불을 당한 강사가 민사소송에서 이겼다. 강사들은 2천만원가량을 못 받았다. 뮤지션유니온이 정소연 변호사(법률사무소 보다)와 함께 싸운 사건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었는데, 음악학원 강사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사소송으로 진행했다.

임금체불은 음악인들이 자주 접하는 일이다. 공연하러 갔다가 당일 공연이 취소돼 계약금조차 못 받고 오기도 한다. 노조 업무 일부를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못 받았을 때 모멸감을 느낀다.”

- 음악이 노동인가.

“당연한 얘기다. 노동자들이 땀을 흘려 일하는 것처럼 음악인들도 연주를 깊이 있게 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더 좋은 곡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사색한다. 우리가 곡을 쓰고 연주한 결과물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노동이 아닐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음악인을 좋아하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음악인들이 예술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창작물을 노동의 결과물로 인정하는 인식이 생겨나야 한다.”

“1년 안에 음악인 1천명 조직하겠다”

- 음악인 처우를 개선할 좋은 방안이 있나.

“기업이나 소비자나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앨범을 제작하려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든다. 음원 스트리밍서비스에서 저작권으로 받는 돈은 한 달에 몇백 원도 안 된다. 음악인들은 음원과 공연으로 번 수익이 곧 생계자금이다. 생계를 꾸릴 수 없으니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한다. 창작물에 대한 음악인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창작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캠페인과 법·제도 개선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음악인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준비 중이다.”

- 음악인들의 교섭 대상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이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모든 정부기관이 뮤지션유니온의 교섭 대상이다. 2013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중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연주했다는 이유로 제지당한 적이 있다. 음악인답게 즐겁게 난장을 하면서 투쟁할 생각이다. 음악인들만의 큰 연대를 만들겠다. 1년 안에 1천명 조직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뮤지션도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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