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주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조선소 노조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 분사 중단을 요구하며 22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23일·24일·27일 전면파업을 한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비조선부문인 로봇(현대로보틱스)·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의 사업부문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지난해 12월 설립된 2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현대글로벌서비스를 포함한 6개 법인으로 분사된다. 지부는 새 법인들이 울산을 떠나면 인력유출 규모가 5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부는 부분파업 당일인 22일 민주노총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분사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 지부 관계자는 "임시주주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자체는 물론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노조 투쟁에 힘을 실어 주고 있기 때문에 위력적인 파업투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울산시의회가 회사 분사 반대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권명호 울산동구청장은 이날 삭발식을 열고 분사 중단을 호소했다.

수주절벽에 따라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중형조선소 노조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공동대책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STX조선지회와 대우조선노조는 20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 회생을 위해 중앙·지방정부는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수출입은행·산업은행은 1%대의 이윤이 보장되는 수주에 한해서만 중형조선소에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발급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선주회사에서 받은 선수금을 담보로 RG를 발급받아 선박 제조비용을 충당한다. 그런데 RG를 발급받으려고 수주 과정에서 높은 단가를 제시하면 해외 선박업체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강기성 성동조선해양지회 지회장은 "감사원·금융위원회가 조선업에 발급하는 RG를 부실채권으로 규정하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중형조선소에 대한 금융지원을 꺼린다"며 "세계적인 조선업 불경기 상황에서 정부 기준에 맞춰 단가를 제시해서는 수주를 받을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정부가 중형조선소를 없애 버리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정부는 금융지원과 조선업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지원하고 지자체는 조선소 위기 실태를 조사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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