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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노동자’를 헌법상 용어로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촛불시민혁명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개조(大改造)를 요구한다. 승자 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권력 독점과 사유화로 1987년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다. 촛불시민의 열망은 개헌으로 모아지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국민주권 원리를 다시 세우고 모든 구성원의 기본적 인권을 충실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완성돼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모든 재화와 용역의 직접 생산자인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노동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헌법 전문(前文)에 지향할 가치의 하나로 ‘노동 존중’과 ‘평등사회 건설’을 명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노동(勞動)’과 ‘노동자(勞動者)’를 헌법상 용어로 정상화해야겠다. ‘여자’를 ‘여성’으로, ‘신체장애자’를 ‘장애인’으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와 ‘근로자’를 ‘노동’과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이라고 하고,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법 형식상으로는 자본가와 대등한 입장에서 노동계약을 맺으며, 경제적으로는 생산수단을 일절 가지는 일 없이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고 설명한다.

법률 용어로 ‘노동’과 ‘노동자’가 적절함에도 1948년 헌법 제정 당시의 이데올로기적·체제적 대립 상황에서 '근로'와 '근로자'란 용어가 헌법에 사용됐다. 그렇지만 노동조합·노동쟁의·고용노동부·노동관계조정법 등 ‘노동’이란 용어가 법률상 사용됐고, 사회에서는 ‘노동’이 일상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53년 제정될 때부터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정의해 왔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포괄하는 용어는 ‘노동’임에도 갑자기 ‘근로’로 변환된다.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은 ‘정신노동자’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은 ‘육체노동자’다.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를 포괄하는 용어는 ‘노동자’이지 갑자기 ‘근로자’로 변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우월성이 명확하게 증명된 이 시점에서 ‘노동’과 ‘노동자’를 헌법상 용어로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 3권을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지나치게 협소한 쟁의행위의 목적상 정당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3조1항에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하여"와 함께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도 명시하자. 공무원의 노동 3권에 대한 법률유보 조항과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법률 유보 조항은 5·16 쿠데타 후의 개정 헌법에서 도입된 독재의 잔재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인 87호 협약 같이 노동 3권에 대한 법률유보는 군인과 경찰로 한정해야 한다. 제헌 헌법부터 4차 개정 헌법까지 유지되다가 5·16 쿠데타 후 5차 개정 헌법에서 삭제된 노동자의 이익균점권 조항도 회복해야겠다. 재벌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하고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10% 내외이고,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상황이다. 노동에 대한 헌법의 존중을 보여 주고 법률로 사회정책적 수단을 강구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헌법 32조1항 근로의 권리를 '일할 권리'로 바꾸고 그 내용을 충실화하자. 32조1항2문 국가의 의무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의무를 추가하고, 2항의 근로의무를 삭제하며, 3항에서 노동조건 법정주의를 규정하면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공동으로 결정"하는 원칙을 선언하고, 나아가 "취업 중인 노동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지 아니하고, 상시적 업무에는 노동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평등권의 차별금지사유에 고용형태를 추가해 비정규직 차별금지의 근거를 마련하고, 주거권과 환경권·보건권 및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등 사회권이라는 이유로 적극적 보장에 소홀했던 기본권을 구체적인 권리로 복권시키고 국가의 의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번 개헌은 촛불시민혁명을 완수하는 것이어야 한다. 노동을 제대로 대우하는 사회가 선진사회다. 그럴 때 다음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김선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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