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지도사로 일하는 김혜미(46·가명)씨는 한 부모 여성 가장이다.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김씨는 방학 때가 돌아오면 생계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그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식사와 배변을 지도하는 일과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의 학교 내 이동을 돕는다. 아이들 방학 기간에는 업무가 중단돼 급여를 받지 못한다. 학기 중에는 150여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방학 때는 근속수당과 가족수당 15만원만 받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 가정에 방학과 동시에 비상등이 켜지는 셈이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는 지난 17일 오전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실태를 공개했다.

“수입 없어 알바하는데, 허락 받으라니…”

지난달 김씨는 한과공장에서 일했다. 한과를 포장하고, 허드렛일을 하루 8시간 동안 하고 5만원을 받는다. 15번 출근해 75만원을 손에 쥐었다. 방학에만 짧게 일하는 탓에 단기알바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모텔 청소일도 했고, 식당에서 설거지도 했다.

최근에는 새희망홀씨대출로 1천만원 대출을 받았다. 수년째 방학 때마다 일을 했는데, 학교에 알린 적은 없다. 그런데 교육공무직 업무편람에 따르면 방학 중 학교가 아닌 곳에서 일을 할 때 학교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씨는 “숙박업소나 식당을 전전하면서 일하는 게 부끄럽고 괜히 꼬투리 잡힐까 봐 알리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방학 동안 임금을 안 줘 먹고살기 힘들어서 알바를 하겠다는데, 학교장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여성 가장 학교비정규직 절반 "방학 때 알바"

지부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방학 중 근무하지 않는 345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직종은 특수교육지도사·도서관실무사·조리사 등이다.

345명 중 여성노동자가 344명이나 된다. 홑벌이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01명(29.2%)이었다. 10명 중 3명은 여성 가장으로 방학 중 생활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가족이 2명인 응답자가 54.2%로 가장 많았고 3명(19.7%), 1명(12.1%) 순이었다.

“생활고로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97.3%였다. 51.8%는 실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장소는 식당·마트·편의점·봄교실 등 다양했다. 93.3%는 아르바이트로 얻은 수익이 100만원 미만이었다. 지부는 “방학 중에는 카드·대출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라며 “채무가 채무를 낳는 악순환으로 가끔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고 답한 노동자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부는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는 비정규 노동자 생계대책을 강원도교육청이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봉을 12개월로 분할해서 지급하거나 방학에 운영되는 교내 프로그램에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부 관계자는 "교육청은 방학이라는 기간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계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방학 중 비근무 노동자들을 상시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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