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의 전횡을 막기 위해 노조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법안 발의와 함께 “경제민주화의 근간이 될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법안 통과 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보수정당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옛 새누리당이 둘로 쪼개지고, 각각의 정당이 선 긋기에 나서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재개의 반대전선은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된다.

꺼졌던 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급부상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의원 31명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인 상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은 2012년 대선에서 부각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소액주주 등 비지배주주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에도 경제민주화 세부실천 사항으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이에 호응해 2013년 7월 감사위원 분리 선츨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불거진 재계의 강한 반대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상당수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가 출범하자 다양한 상법 개정안이 재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국가권력과 재벌 총수의 검은 뒷거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이유다.

감사 분리선출 한목소리, 노조 '이사 선임권'엔 의견차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소속 의원 대다수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각각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오신환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 9명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기에 동참했다.

각각의 법안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4개 개정안 모두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선출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위원이 되려면 먼저 이사에 선임돼야 한다. 이사 선임시에는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다. 개정안은 본래의 법 취지를 감안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임할 경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중투표 의무화도 공통적으로 담긴 내용이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의결권 불균형을 다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법안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이다.

우리사주조합과 노조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내용은 더불민주당과 정의당 법안에만 포함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국회를 방문해 “상법 개정안이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바른정당은 "1년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이에 대해 “상법 개정은 기업이 보다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를 갖도록 함으로써 정치권력이 경제권력과 유착하는 음습한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개혁 중 개혁”이라며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상법 개정안과 경제민주화에 관해 여야 대선후보들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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