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청문회에서는 삼성전자의 사과·보상 계획과 작업환경 은폐 의혹을 놓고 의원들의 추궁이 예상된다.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사과·보상과 영업비밀을 이유로 한 위험작업환경 비공개 행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깜깜이 사과·보상해 놓고 “해결했다”

15일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보상이 청문회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청문회를 요구했던 신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2014년 5월 직업병 피해 보상 등에 대한 협상을 본격화한 뒤 피해자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지자 조정위원회가 발족했다. 조정위원회는 2015년 7월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보상과 직업병 예방 위한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기부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사과와 보상을 진행해 왔고, 지난해 1월에는 조정위원회 주도로 예방대책에만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같은달 “사과와 보상, 예방대책 등 백혈병 이슈가 9년 만에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측이 100여명의 피해자와 보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비밀유지각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정한 수준의 보상을 종용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보상 과정과 절차, 수준·내용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반올림 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조정위 권고안도 거부한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사과와 보상을 진행한 뒤 모두 해결됐다고 발표하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청문회에서 삼성전자측의 사과와 보상 실태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 자료요청도 거부, 숨겨진 위험정보

삼성전자측이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해 작업장의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했는지도 이번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측은 그동안 “우리 반도체 생산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부나 산하기관이 감독·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위험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 후속조치로 특별감독을 벌인 결과 협력사를 포함해 총 2천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3년 삼성전자 전 공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진단을 실시했다. 그런데 법원은 산재소송과 관련해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노동부는 최근 3년간 재해발생 현황을 포함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린 채 제출해 비난을 받았다. 이런 노동부 행태는 지난해 8월 AP통신사에 보도되기까지 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3년 기흥 반도체 공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측이 진단팀이 요구한 화학물질 자료까지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피해자는 물론 감독관청의 자료제출 요구까지 거부해 오면서 삼성전자 공장의 작업환경을 밝힐 수 있는 자료는 현재 하나도 없다”며 “청문회에서 삼성전자의 은폐행위를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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