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 현실화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투명하게 선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대 노총은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되지 않는다면 위원회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소득분배율·가구생계비 최저임금 반영 촉구

최저임금법은 생계비·유사노동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는 매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뿐 사실상 소득분배개선분은 반영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 생계비 기준도 미혼 단신노동자를 대상으로 삼은 탓에 가구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위원 9명·사용자위원 9명·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노사 단체와 협의 없이 공익위원을 위촉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범위에 대한 노사 이견이 크기 때문에 매년 공익위원이 주도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공익위원에게 높은 도덕성·중립성이 요구되는데 "정부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비망록) 2014년 6월20일자 내용을 보면 “6/30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 인상률 놓고 대립. 案(안)으로 投票(투표). 7% 인상 線(선)”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는 2015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최저임금위 논의가 막바지로 치닫던 때다. 결국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주도로 업무일지가 작성된 1주일 뒤인 같은해 6월27일 7.1% 인상을 결정한다. 청와대 가이드라인을 공익위원들이 따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계가 공익위원 선출 권한을 국회나 노사단체, 정부가 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노동·사회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되 정부 정책에 관여한 사람은 제외해서 공정성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여권 환노위 보이콧으로 개정안 처리 불투명
양대 노총 "개정 없으면 최저임금위 불참"


20대 국회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은 노동계의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23건이나 발의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단 한 건의 개정안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게 3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던 벌칙규정을 완화해 형사처벌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달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17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이 MBC 노조탄압·삼성전자 직업병·이랜드파크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자 자유한국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면서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통상 최저임금위는 4월부터 6월까지 위원회를 가동해 이듬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현실화하려면 내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기 전인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은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항의해 사퇴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최저임금법이 개정돼 최저임금위 운영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논의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락한 최저임금위에는 복귀하지 않겠다"며 "최저임금위 파행과 그 책임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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