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7대 집행부 상임간부 30여명이 최근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역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선배들의 뜻을 기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위해서다.

전체 간부가 임기를 시작하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집행부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얘기다. 상황이 그럴 법도 하다. 올해는 우리은행 노사가 16년간 염원했던 '민영화' 원년이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오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박필준(45·사진)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과거 노조가 민영화를 위한 대외활동에 치중했다면 이젠 현장활동을 강화할 때”라며 “노조 추천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을 감시하고, 조합원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영화 원년이다.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텔레비전에서 우리은행 광고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의 판관비 제약 때문이었다. 은행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지점장 영업 추진비도 통제받았다. 직원들은 은행 수익을 만드느라 무척 힘들었다. 수익을 내도 직원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다른 시중은행의 80% 수준의 임금을 감내해야 했다. 영업점 직원은 손실에 대한 압박까지 받았다. 조선업 등에 쏟아부은 막대한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모든 게 다 관치금융 탓이다. 직원들의 복지는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 직원은 묵묵히 견뎌 냈다. 한때 우리은행 주가는 2만2천원으로 정점을 기록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금융당국은 공적자금 회수를 미뤘다. 금융당국은 노조와 회사가 16년간 요구해 온 민영화 방식인 블록세일을 이제야 받아들였다."

- 향후 영업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과점주주 매각으로 7개 투자자들에게 각각 4%의 지분이 분산됐다. 주로 증권·보험사들이다. 정부 체제보다 시장경제 논리를 더 강하게 앞세울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회사와 연계된 제휴상품 판매를 요구하는 것도 우려된다. 끼워 팔기와 실적압박은 반드시 막아 내겠다. 이를 위해 우리사주조합 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4.45%다.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못했다. 7개 투자자들이 각각 4%의 지분율로 사외이사 5명을 앉힌 것과 대비된다. 경영진이 반대하더라도 4~5월 제도 개편으로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노조 힘으로 사외이사를 앉혀 경영감시 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 성과연봉제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이미 점포장과 개인서비스금융직군에 개별 성과연봉제가 적용됐다. 나머지는 집단성과급제다. 당선하고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이사회를 강행했다. 이사회는 성과연봉제 적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불법이다. 최순실 사태로 성과연봉제가 대기업 봐주기의 일환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해고연봉제라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강행하면 투쟁으로 막아 낼 것이다."

- 향후 활동 계획은.

"2015년 금융권 산별교섭 당시 다른 노조가 2.4% 임금을 인상할 때 우리은행은 동결을 결정했다.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양해각서(MOU) 때문이었다. 노조는 조만간 임금교섭에 착수할 계획인데, 이를 감안해 임금을 현실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노조는 대외활동에 주력했다. 민영화 때문이었다. 이제는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차례다. 노조는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 조합원의 애환을 들을 계획이다. 현장에 답이 있고, 정책이 있다는 신념에서다. 정부 영향에서 벗어난 만큼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노력할 것이다.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노조는 이익배분 방안을 협의하도록 경영진에게 요구할 것이다. 퇴직을 앞둔 직원을 위해 창업지원센터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은퇴 후에도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고, 주변에 우리은행을 권하는 조직문화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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