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간부들을 상대로 병원 건물 100미터 이내에서 농성하거나 손팻말·벽보·현수막 게시 1회당 100만원 지급을 청구한 간접강제 신청이 기각됐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7월 청소용역 노동자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가 생기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만 불이익을 줬다. 지부는 이에 항의하며 병원 안팎에서 단체행동을 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이건배)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학교법인 연세대 명의로 지부 간부 4명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연세의료원 본관 및 부속건물 내에서 확성기 또는 육성으로 소음을 야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모두 기각했다.

학교법인 연세대는 지난해 10월20일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연세의료원 본관 및 부속건물 내와 연세의료원 부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 농성·시위하거나, 이를 위해 위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 △채권자 또는 임직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벽보 또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 △확성기나 육성으로 소음을 야기하는 행위 △임직원 거주지에서 농성·시위하는 행위를 금지하되, 해당 행위에 대해 "1회당 100만원씩 병원에 지급하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합병원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건물 안에서 소음을 유발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만 금지했다. 병원 건물 출입 금지나 유인물 배포, 피켓·벽보·현수막 게시를 금지하는 건 청소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과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의 실제 근무지에서의 쟁의행위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지부 소속 근로자들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있거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세브란스병원은 이들이 실제 근무하는 장소"라며 "채권자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쟁의행위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간접강제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간접강제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김형규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피켓팅과 침묵시위 등이 정당한 노조활동이라는 점을 인정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부 관계자는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에 재갈을 물리려 한 세브란스병원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15일 오후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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