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일하는 김선민(가명)씨는 최근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일부 학생들이 3월부터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찾아와 “선생님 저 이제 돌봄에 못 온대요. 엄마가 서류를 못 내서 신청을 못했대요”라고 말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오후에만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다. 올해부터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부모 모두 전일제로 일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에만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기준을 강화했다.

신청을 못한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돌봄교사인 김씨도 마찬가지다. 광주교육청은 돌봄교실을 사회적 기업이 위탁운영하는 방식에서 학교장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위탁업체 소속이던 김씨가 직접고용되려면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김씨는 “일단 채용원서는 넣겠지만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모 모두 8시간 일해야 돌봐 준다는 광주교육청

13일 광주교육청의 ‘2017년 초등돌봄교실 운영 기본계획’에 따르면 초등돌봄교실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돌봄교실은 저소득층과 맞벌이가정 자녀를 위해 방과 후와 방학 중 학생을 돌봐 주는 제도다. 올해부터는 부모 모두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월 20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 전일제 노동자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나 재직증명서를 내야 한다. 부모가 자영업자인 경우는 소득신고접수증이나 사업장 매출장부를 내야 한다. 한 부모 가정도 가족관계를 입증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돌봄교실의 문턱이 높아진 만큼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일흔을 앞둔 김순덕(가명)씨는 손녀 이보람(가명)양을 돌봄교실에 보내고 싶었지만 신청조차 못했다. A초등학교가 올해 3학년이 되는 이양을 돌봄교실에 받아 줄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돌봄교실은 1~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3학년부터는 방과후교실을 다닐 수 있지만 이양의 학교에는 방과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3학년 학생들도 돌봄교실에 다녔는데 올해부터 금지됐다.

이양의 어머니는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근무한다. 김순덕씨가 이양과 동생 이보석군을 돌본다. 광주교육청 운영 기본계획에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돌봄이 필요한 학생은 학교 여건에 따라 수용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김씨는 “옛말에 차라리 일을 하지 애는 못 본다는 말이 있는데 하루 종일 애들을 돌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애엄마가 일찍 떠나 할머니 혼자서 키우는데 혜택이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돌봄교실에서 단 몇 시간이라도 애를 맡아 줘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3월1일 돌봄교사 최소 25명 해고 위기

광주교육청은 돌봄교실 학생수 등을 고려해 교실수를 311개에서 286개로 축소했다. 주당 10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돌봄교사 정원은 없앴다. 8시간 근무하는 전일제와 주당 25시간 근무하는 계약직 형태로 운영한다.

교실수가 축소돼 돌봄교사 25명이 3월1일자로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는 돌봄교사를 직접고용하면서 신규채용한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는 일부 교사들은 해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돌봄교사 김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같이하려고 (오후에만 일하는) 돌봄교사 일을 했다"며 "채용 과정에서 합격을 해도 전일제로 일을 해야 돼서 고민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광주교육청이 초등돌봄교실을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광주지부는 “광주교육청은 초등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무시하고 교실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돌봄교사 신규채용을 철회하고 전원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광주교육청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제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장 재량으로 돌봄교실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며 “채용 과정은 공평해야 하는 만큼 신규채용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