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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직 쑤어지지 않았다강문대 변호사(민변 사무총장)
   
▲ 강문대 변호사(민변 사무총장)

지난해 10월29일부터 어어져 온 촛불집회에 대해 언론과 학계는 ‘시민혁명’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그러나 시민혁명은 아직 혁혁한 성과를 남기지는 못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특검 수사를 이끌어 낸 것이 현재까지의 가시적 성과다. 물론 보이지 않는 성과로서 우리 사회의 민주적 절차 회복, 도덕적 감성 고양, 부패와 퇴보 중단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 기대했던 즉각 퇴진 또는 조기 탄핵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적폐 청산 등 개혁적 조치는 꼽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반면 국정교과서와 사드 배치 등 대표적인 적폐는 중단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슬금슬금 진행되던 탄핵 반대 집회는 이제 완전히 분위기를 타고 있다. 그냥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결기마저 보인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혁명’의 성과가 너무 미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의 투쟁 열기와 투쟁 방식은 ‘혁명적’이었으되 투쟁 목표와 투쟁 지침은 ‘혁명적’이 아니었던 것이 아닌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집회 성격과 명칭을 새로 규정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촛불의 주인이 ‘시민’이라면 그 ‘시민’의 뜻과 의지를 다시 겸손히 물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의 촛불집회는 제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과정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생활적 불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분출된 것도 아니다. 그런 것들의 배경 없이 지금의 촛불이 있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것들이 원인이 돼 지금의 촛불이 있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시민들은 부패하고 황당한 대통령의 행태에 분노해 촛불을 든 것이고, 보수언론조차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것을 보고 주저함 없이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광장의 시민들은 다른 요구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대체로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에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런 점들을 놓고 본다면 현 촛불집회를 ‘시민정치’ 정도로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헌법 유린에 분노한 국민이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 정도로 이 촛불을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것은 촛불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혁명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현재 광장의 요구는 대통령 교체다. 15차 집회까지 모두 참여한 나로서는 이 말 외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남은 일정 동안 모든 촛불집회는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개혁적 과제는 일상적으로 수행하되, 촛불의 초점은 탄핵으로 모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현재 큰 실망감을 안겨 주고는 있지 않지만, 그들의 보수적 성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체 재판관 중 3명만 돌아서도 탄핵을 할 수 없는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의 동력은 떨어지고, 기득권 세력의 절박성과 보수세력의 집요함은 고양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는 박근혜를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결집해서 탄핵을 관철시키는 활동을 해야 한다. 나는 남은 기간 동안 광장에는 야당을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박근혜의 탄핵을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200만명, 아니 그 이상의 300만명이 모이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도 국회처럼 시민의 뜻에 굴복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혹자는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죽을 쑨 다음에 걱정할 일이다. 죽이 쑤어지지도 않은 지금, 그리고 죽이 쑤어질지도 불분명한 지금,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죽 쑤는 데 개가 기여하는 점이 있다면 당연히 개의 수고를 용인해야 한다. 쑨 죽을 나누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개에게 주느니 죽을 쑤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지금은 사람이든 개든 죽 쑤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혹자는 죽에는 관심이 없고 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밥이 더 든든한 것이야 말할 필요가 없지만, 배고픔이 엄습할 때에는 죽부터 쑤어야 하는 것이다. 죽이 필요할 때 밥을 얘기하는 사람, 그 사람은 배가 안 고프거나 배고픔을 벌충할 수 있는 다른 충만감이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배고픔에 생사가 걸려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투쟁의 막바지 단계다. 남은 기간 동안 촛불은 말 그대로 탄핵에 초점을 맞춘 전 국민적 항쟁이 돼야 한다. 평화적이되 완강하고 집요해야 한다는 점에서 항쟁이어야 하고 일반 시민,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정치인들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 국민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촛불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까지만 얻어 낸 미완의 투쟁에 그칠 수도 있다. 촛불의 승리를 위해 좀 낯선 결단까지도 필요한 시점이다.

강문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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