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해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 결정 직후 강수돌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12월10일자)에서 이렇게 썼다.

“이제 촛불 민중은 (…) 시민 권력을 되찾으려 한다.”

“그 되찾은 권력으로 우리가 만들 세상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복지사회다.”

“이게 가능하려면, 불의한 ‘정치-재벌-검찰-언론-대학’을 패키지로 바꿔야 한다. 박근혜 탄핵-퇴진을 넘어 온 사회를 혁신하자” 라고.

그러나 우리 민중은 아직 온 사회를 혁신하기는커녕 권력을 되찾지도 못하고 있다. 지역을 다녀 보면 많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과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될지 불확실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불확실하다. 이 세상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없다.

이럴 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마르크스는 1845년에 쓴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 중 제일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 각각 이렇게 말했다.

“이제까지의 모든 유물론(포이에르바하의 것을 포함해)의 주된 결함은 대상·현실·감성이 단지 객체 또는 직관의 형식하에서만 파악되고, 감성적인 인간활동, 즉 실천으로서, 주체적으로 파악되지 못한 점이다.”

“이제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을 정점으로 하는 수구보수세력-단순한 보수세력이 아니다-은 매주 태극기를 앞세우고 노인들을 동원해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거짓논리를 확산하고 있다. 그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와 거짓논리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중 하나가 자유경제원에서 개최한 '프랑스혁명과 광장민주주의' 토론회(12월14일)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는 프랑스혁명은 잘한 일이 아니라 잘못한 일이며, 이 잘못된 프랑스혁명 때문에 프랑스는 지금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아주 살기 나쁜 나라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나 영국이 프랑스보다 살기 더 나쁜 나라가 돼 있다. 신자유주의가 가장 심하게 집행돼 온 것이 미국·영국 같은 나라로서, 그 결과 이들 나라에서는 노동자 삶이 파괴되고 그 틈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극우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그들은 그런 사실(팩트)을 완전히 뒤집어서 썰을 푼다. 그들은 프랑스혁명과 관련해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청산한 데 초점을 맞춘다. 이것은 옳다. 그런데 악폐·적폐를 폐기·폐지하고 왕과 귀족들 및 그들과 더불어 특권·특혜를 누려 왔고 또 계속 누리려는 악의 세력을 처형한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수구 반혁명 세력이 더 많은 수의 선한 민중을 학살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 촛불혁명이 행하고자 하는 것은 구질서와 함께 구세력을 ‘청산’하자는 것이지 프랑스혁명처럼 단두대에 올려 ‘처형’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유경제’를 연구한다는 전경련 유관단체에서 순백의 촛불혁명에 ‘처형’이라는 검은 보자기를 덮어씌우고 있다.

또 하나. 이달 9일 국회에서는 진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새누리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박근혜를 누님으로 부른다는 윤상현 의원이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지지하는 토론회였다.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토론회에 참석자들은 “빨갱이는 죽여도 돼” 또는 “(새누리) 당명교체 절대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든 채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는 등 집회를 방불케 했다 한다.

필자는 그날 국회 정론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토론회 발제문을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 탄핵 기도는 20대 국회와 조·중·동·포(포털)에 의한 국민세뇌·국가해체·사회해체를 기도하는 폭동으로서, 제도권 최상층 금수저가 선봉에 선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이상한 폭동이라는 것이다. 이번 촛불혁명을 민중이 아닌 금수저가 만들었다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그들은 퇴진이 아니라 박근혜 2선 후퇴와 여야 협치를 원했을 뿐이다!) 이들이 아는 세계사도 순 엉터리다. 반봉건 부르주아 혁명은 원래 금수저가 주동이다. 나아가 금수저들이 이상한 폭동을 일으킨 이유가 언론사 사주가 종북 성향 핵심간부에게 포위됐기 때문일 거라는 말은 더욱 황당무계하다.

문제는 이런 증권가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것들을 사실과 논리로 둔갑시켜 세상물정 잘 모르는 사람들을 세뇌·동원하고, 이 사람들을 방패로 반혁명을 성공시키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반혁명을 목적으로 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책동을 벌인다.

김종필씨 말마따나 박근혜는 5천만 국민이 내려오라고 해도 결코 제 발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심리를 방해하고 시간을 끌어서 탄핵판정이 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판정이 나더라도 자신은 종북 일당에 엮인 것에 불과하다며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지금 이후 더욱 혁명적이어야 한다. 관조하는 유물론자는 관념론자만도 못하다. 혁명의 용광로에 몸을 던지지 않고 사태를 해석이나 하는 사람들은 사회·역사 속에 존재할 자리가 없다. 익지도 않은 혁명의 성과를 챙기는 데 시선을 집중하는 부류들도 마찬가지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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