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로 수세에 몰리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다시 칼을 빼 들었다. 특검은 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들을 재소환한다.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1차 수사기한을 16일을 남겨 둔 특검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12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13일 오전 9시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오전 10시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를 각각 재소환해 뇌물공여 혐의 추가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피의자 신분이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번 영장 기각 이후 3주에 걸쳐 추가 조사를 했다”며 “이 부회장을 소환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번주에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 여부도 확정할 계획이다.

뇌물수수 혐의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 조사가 불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 대면조사는 특검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9일 대면조사가 불발된 뒤 청와대측과 특검은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검은 이와 함께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 불승인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이 나서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정당한 것인지 따져 달라는 주문이다. 청와대는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와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법원은 13일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를 결정하고, 빠르면 이번주 초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재시도한다.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특검의 다음 카드는 없다. 그렇다고 특검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특검은 최대한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압수수색 불발의 책임을 청와대에 넘길 수 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청와대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특검은 이날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와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정기양 연세대의대 교수(피부과)를 소환했다. 이들을 상대로 비선의료 의혹과 세월호 7시간 관련 부분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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