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총연맹의 초대 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감옥에 갇힌 위원장이 비운 그 자리에 마이크 잡고 섰다. 희귀한 병마와 싸운 탓에 수척해진 얼굴에 조명 드니 그늘 짙었다. 주름 더 깊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잘 지내고 있습니까, 언젠가처럼 안부를 물었다. 답이 주춤했다. 간곡한 호소가 뒤따랐다. 목소리엔 뱃심이 붙었고, 손짓이 종종 높았다. 이제 와 흐릿하지만,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몸은 좀 나아지셨냐고 사람들이 손잡고 물었다. 살림살이는 좀체 나아지질 않았으니, 오래전의 질문이 끝나질 않았다. 쩌렁쩌렁, 체육관엔 스피커가 많았는데, 그건 딱 거기 행사장을 울릴 만큼이었다. 언젠가 선명했던 질문들이 메아리처럼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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